[TV리포트=석재현 기자] 배우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종종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조한선 또한 그랬다. 심지어 인터뷰 시작 20분 전부터 시동을 거는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 보니 1시간 30분이 금방 흘러간 줄 몰랐을 정도.
조한선은 배우로 데뷔하기 전 축구 유망주로 활동했던 이야기부터 출연자들까지 탐냈다는 드라마 굿즈, 그리고 식당에 방문했다가 한 아주머니에게 싱글로 오해받은 사연 등을 공개했다.
“당시 선·후배 간 규율이 엄격했어요. 선배님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나 눈치도 봤고 이 분은 어떤 성향일까 미리 파악하는데 중요했죠. 저는 그 인형(드림맨)이 그렇게 인기가 많을 줄 몰랐어요. 알았다면, 스태프한테 선뜻 양보하지 않았죠. 저도 집에 애들이 있는걸요. 하하하.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아내와 밥 먹으러 식당에 들렀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저희 부부를 계속 쳐다보시더라고요. 드라마 캐릭터 때문에 제가 결혼 안 한 줄 아셨나 봐요. (웃음)”
조한선이 꺼낸 에피소드들의 교집합은 SBS ‘스토브리그’다. 드림즈 4번 타자 임동규를 연기한 조한선은 총 16부작인 ‘스토브리그’에서 딱 절반만 등장했다. 그런데도 남궁민, 박은빈 등에 못지않은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조사한 TV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TOP 10에 2회씩이나 이름을 올린 게 그 예다.
“매우 얼떨떨해요. 처음 제안받았을 때에는 2회까지 나온다고 들었거든요. 백승수(남궁민 분) 단장과 충돌하는 인물 중 하나여서 어떻게 인상을 남길까만 고민했죠. 제가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지금도 임동규를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어요.”
제작진에게 딱 2회까지만 출연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만큼, 자신이 ‘특별출연’이었다는 것을 본방송을 통해서야 알았다는 조한선. 후반부에 재등장할 것이라는 소식 또한 7~8회가 진행될 쯤에야 전달받았다고.
“‘가면’이나 ‘빙의’ 등에서도 특별출연으로 등장했기 때문에 제가 주연인지 조연인지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제 연기가 묻히면 안 되겠다 싶어 나오는 분량만큼 대중에게 각인시키고 싶었어요.”
‘스토브리그’는 최고시청률 19.1%(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해 ‘열혈사제’에 이어 SBS 금토드라마 역대 시청률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흥행의 원동력에는 조한선의 열연도 있었다. 시청자들은 ‘조한선의 인생캐릭터다’, ‘완벽한 싱크로율’ 등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조한선은 “시청률이 쭉쭉 올라갈 때, 제가 등장하지 않아서”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제가 처음 나왔던 1, 2회 시청률은 매우 낮았으니 제 영향은 아닌 것 같은데요? 하하하. 이신화 작가님의 탄탄한 대본과 정동윤 PD님의 연출, 그리고 궁민이 형(남궁민의 애칭)과 은빈 씨, 병규 씨 등 다른 배우 분들이 연기를 잘한 덕분입니다. (웃음)”
이날 인터뷰 자리에서 조한선에게 드라마에서 뜨거운 화제가 됐던 백승수, 임동규의 귓속말 대화 장면의 비하인드를 들을 수 있었다. 두 인물의 갈등을 대변하는 부분이자 스토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장면인 귓속말에 대해 그는 “촬영 때 대화 내용을 전혀 몰랐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백승수가 원정 도박 이야기를 꺼낸 거요? 저나 궁민이 형이나 본방송을 보고 나서야 알았어요! 그때 PD님은 ‘치명적이고 안 좋은 개인사를 말한다’고 설명해주셨지, 어떤 내용인지는 전혀 가르쳐주지 않으셨어요. 재회해서 나눈 대화 내용도 욕설 비슷하게만 하라고 알려주셨어요. 하하하.”
그리고 ‘임동규 스윙’이 탄생하게 된 과정도 공개했다. 그는 LA 다저스 코디 밸린저의 영상과 한화 이글스의 김태균의 도움을 받아 임동규의 타격폼을 만들었다고.
“밸린저 선수처럼 키 크고 마른 선수들의 밀어치기 영상 및 루틴을 항상 챙겨봤어요. 그리고 태균 씨가 직접 찍어 보내주신 타격폼을 보며 교정했어요. 촬영 없는 날에도 실내 연습장에 가서 2시간 반씩 1대 1 코칭 연습을 받았고요.”
드림즈 4번타자 조한선이 지켜본 야구에 소질 있는 ‘스토브리그’ 배우는 누구였을까? 그는 “강두기(하도권 분) 형과 장진우(홍기준 분) 형”이라고 답했다.
“드림즈 에이스와 최고참 선수처럼 두 형이 정말 잘 던져요. 특히, 두기 형은 올해부터 연예인 야구팀에 뛴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제가 옆에서 봤을 때는 잘할 거예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조한선은 신인가수 유산슬로 활동했던 유재석처럼 캐릭터와 본모습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여줘 취재진에 웃음을 안겨줬다. 특히, 말하는 중간마다 종종 튀어나오는 “저희 드림즈는요”가 버릇이 됐단다.
“한동안 오래갈 것 같아요. (웃음) 저뿐만 아니라 선수로 연기했던 배우들도 다 그렇게 됐어요. 저희끼리는 지금도 캐릭터 이름으로 부르고, 심지어 제 SNS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팬 분들도 임동규로 불러주시더라고요. 저도 동규처럼 답댓글을 달아주고 있어요.”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사이판으로 떠나는 3박 4일 포상휴가를 앞둔 소감마저 임동규답게 이야기해 웃음을 자아냈다.
“저희는 ‘사이판 전지훈련’이라고 합니다. (웃음) 다들 캐치볼 하려고 공과 글러브는 챙겨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야구방망이를 챙겨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하하하.”
석재현 기자 syrano63@tvreport.co.kr / 사진= ‘스토브리그’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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