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석재현 기자] 지난해 5월 방송인 서장훈과의 대화를 시작으로 SBS배 전국 아마추어 최강전까지 달렸던 시간 9개월. SBS ‘진짜 농구, 핸섬 타이거즈'(이하 ‘핸섬 타이거즈’)를 연출한 안재철 PD는 오로지 농구의 맛을 전달하겠다는 목표로 임했다.
“오랫동안 기획하면서 예능이 아닌 진짜 경기를 보여주려고 노력한 제작진들과 서장훈 감독님, 그리고 선수 분들께 감사인사를 하고 싶어요. 아쉬운 건,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시청자 여러분들께 농구를 직관으로 보여드리지 못한 점이에요.”
최근 TV리포트와의 인터뷰로 만난 안재철 PD는 누구보다도 농구를 향한 애정과 사명감이 넘쳤던 사람이었다. 그는 ‘핸섬 타이거즈’를 통해 생활 체육으로서 농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단다.
“인기가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어요. 생활체육은 활발하게 진행되지만 젊은 친구들이 부족하다고 들었어요. 저희 방송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농구공을 들고 다녔으면 좋겠어요. 저와 서장훈 감독님의 최종목표예요.”
안 PD와 만나 ‘핸섬 타이거즈’의 탄생 과정부터 방송에서 공개되지 않은 장면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다음은 안재철 PD와 일문일답
Q. ‘핸섬 타이거즈’의 화제성이 대단했다. 인기를 끌었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기획 단계부터 서장훈 감독이 실수를 줄이면서 정직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 점을 시청자들이 좋아해주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 선수들 이상으로 과몰입해주셔서 감사하다.
Q. ATP와의 경기에서 첫 승할 때 기분은?
– 저를 포함해 제작진 대부분이 경기를 제대로 못 봤다. 너무 떨렸다. 나중에 영상으로 몇 번이나 돌려봤는지 모르겠다. 경기 끝나고 서장훈 감독이 환하게 웃으면서 잊을 수 없는 명경기라고 좋아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ATP와의 경기를 촬영할 때, 현장 분위기는 ‘슬램덩크’에 나오는 북산고 대 산왕공고 경기 같았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직관하러 오신 분들의 에너지가 어마어마했다.
Q. 그런 만큼, 대회 6강에서 떨어져 아쉽진 않았는지?
– 아쉽다. 그러나 농구가 단기간에 실력이 향상되는 스포츠가 아니다. 선수들 각자 전체 훈련 이외 1주일을 쪼개서 꾸준히 연습했으나, 전국 대회에 나온 팀들의 실력이 매우 뛰어났다.
Q. 수많은 스포츠 종목 중 왜 농구를 선택한 이유는?
– 현장에서 직접 관람하면 속도감이 엄청나다. 이를 시청자들에게도 전달하고 싶었다. 그리고 농구를 예능이 아닌 진지하게 담아내고 싶어 했던 서장훈 감독과 뜻이 통해 기획했다.
Q. ‘핸섬 타이거즈’에 합류한 선수들을 선발한 기준이 있다면?
– 서장훈 감독이 강조한 건 농구실력이 검증된 인물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선수 출신은 배제했다. 성장하는 모습을 담아야 하는데 자칫 원맨팀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그에 참가한 다른 팀에서도 선수 출신은 뛰지 않았다.
그리고 새로운 인물을 찾는 게 중요했다. 유선호의 경우, 10대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었다. 그래서 그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Q. 김무열이 매체 인터뷰에서 ‘핸섬 타이거즈’에 출연 제안을 받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 사실 영입 리스트 후보에 있었다. 그러나 스케줄이 저희와 맞지 않았던 점도 있었고, 어느 정도 실력인지 확인할 시간이 부족해 무산됐다. 그 외에도 아쉽게 출연이 불발된 인물들이 몇 명 더 있었다.
Q. 첫방송이 나가자마자 문수인이 주목받았다. 이를 예상했는지?
– 그렇다.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가. (웃음) 실검 1위는 한 번 정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첫 회부터 달성했다. ‘핸섬 타이거즈’를 발판삼아 활동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Q. 촬영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멤버가 있다면?
– 모두 다 많이 달라졌다. 그 중에서 인상 깊은 건 강경준이었다. 초반에 체력이 떨어진다고 지적받았는데, 이를 보완하려고 뮤지컬 공연장까지 매일 뛰어다녔다. 농구 연습할 때도 항상 체육관 문을 잠그고 나올 만큼 악바리였다.
차은우도 대단했다. 아이돌로서 바쁠텐데 단 한 번도 대충하는 법이 없었다. 지켜보면서 많이 배웠다. 이상윤의 말에 따르면, 차은우가 이승기 같다고 하더라. 중요한 순간마다 자신의 몫 이상을 해낸다는 뜻이었다.
Q. 농구감독으로 변신한 서장훈의 카리스마가 인상깊었다. 그러나 초반에는 지도방식이 강압적이었다는 반응이 있었다.
– 이 부분은 제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회까지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 휘문중과의 깜짝 경기부터 서장훈 감독은 이미 대회 첫 경기를 생각하고 있었고,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해 몰아칠 수밖에 없었다.
방송에 다 담아낼 수 없었으나 서장훈 감독은 누구보다도 선수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면서 챙겼다. 업템포와 경기 끝나고 전지훈에게 ‘오늘 경기 못 뛰게 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전지훈은 그 말에 크게 감동받았다고 했다.
촬영 끝나고 서장훈 감독은 선수들을 이끌고 높은 곳까지 가지 못한 것에 대해 누구보다도 아쉬워했다. 승리의 쾌감을 선수들에게 계속 안겨주고 싶어했다고 하더라.
Q. 리그에 참가한 다른 팀 경기를 검색한 이들도 있었다. 영상으로 볼 수 없는지?
– 다른 팀들의 경기도 중계처럼 촬영했다. 조만간 업로드를 할 예정이다.
Q. ‘핸섬 타이거즈’가 방영된 후, 농구계는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 이번 대회 우승팀인 아울스 측은 ‘핸섬 타이거즈’ 덕분에 농구가 주목받게 되어 기뻤다고 밝혔다.
그리고 농구협회도 호의적이었는데, 특히 WKBL에 큰 도움을 받았다. 경기장 대여로 난항을 겪을 때, 하나은행 팀 홈경기장을 빌릴 수 있었다. 매우 감사하다.
Q. 문수인이 ‘핸섬 타이거즈’ 멤버끼리 앞으로도 뭉쳐 계속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즌 2 가능성은?
– 10번씩 다시보기로 봤다는 분들도 있을 만큼, 뜨거운 사랑을 보내주신 데에 감사하다. ‘핸섬 타이거즈’ 내에서도 조이를 비롯해 시즌 2를 갈망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아직 미정이다.
만약 시즌 2를 하게 된다면, 이번에 보여드렸던 것들을 보완해 조금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할 것 같다.
석재현 기자 syrano63@tvreport.co.kr /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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