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석재현 기자] 방송 시작한 지 21년 만에 휴식기를 선언한 KBS 2TV ‘개그콘서트’. 그러나 휴식기는 ‘정리해고’를 완곡해서 표현한 단어다.
지난 14일 KBS 측은 “새로운 변신을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출연자들은 ‘휴식기’라는 단어에 의아해하는 반응이었다. 이미 지난 6일 녹화를 마친 후 제작진으로부터 폐지에 가까운 뉘앙스로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출연자들은 지난 1월부터 ‘개그콘서트’가 사라질 수 있겠다고 예감했다. KBS는 지난 1월에 공채 개그맨을 새롭게 뽑기로 계획했고, ‘개그콘서트’ 출연자들이 홍보 영상 촬영에 적극 참여했다. 그러나 막판에 오디션이 무산됐다.
이때부터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은 각자 살 길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고, 이 중 일부는 JTBC에서 론칭 준비 중인 ‘장르가 코미디’ 출연을 위해 JTBC 측과 미팅을 가졌다.
사실 ‘개그콘서트’ 폐지설은 이미 오래전부터 KBS 내부에서 오갔던 이야기였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지상파 유일 공개코미디 무대라는 상징성으로 어떻게든 끌고 가려고 편성시간대를 수차례 바꾸는 등 노력했으나, 저조한 시청률과 경영 적자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모든 건 영원할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까운 건 ‘개그콘서트’를 대하는 KBS의 태도다. 15일 ‘개그콘서트’가 결방하는 대신 프로야구 중계가 예정되어 있다. 오는 22일과 29일 오후 8시 30분에도 ‘개그콘서트’가 아닌 야구 중계가 KBS 2TV를 통해 전파를 탄다.
만약 우천시 경기가 취소될 경우, 대체 편성격으로 ‘개그콘서트’가 투입된다. 쉽게 말하면, 비가 오지 않는 한 ‘개그콘서트’ 마지막 방송을 TV로 지켜볼 수 없다는 뜻이다. ‘휴식기’란 단어로 막을 내린 ‘해피투게더 4’가 마지막 방송일을 공지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출연자는 “언제 마지막 방송인지 아는 사람이 없다. 매주 수요일마다 ‘개그콘서트’를 녹화하는데, 다음주는 건너뛰고 다다음주에 예정되어 있다고만 알려줬다. 다다음주 녹화가 마지막인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KBS가 공식입장으로 밝혔던 KBS 코미디 유튜브 채널 ‘뻔타스틱’에 관련된 내용 또한 ‘개그콘서트’ 출연진 전부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KBS 측은 출연자들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할 것이라고 알렸으나, 현재 ‘뻔타스틱’에 참여 예정인 개그맨은 2~3명만 확정된 상태다.
‘개그콘서트’가 정리해고 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이들은 ‘개그콘서트’에만 출연하는 인지도 낮은 신인 개그맨들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프로그램 출연이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개그콘서트’가 사라지면서 이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벌써 일부 신인들은 본업을 포기하고 대리운전이나 택배 등 다른 일을 찾아야하나 걱정하고 있다.
석재현 기자 syrano63@tvreport.co.kr /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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