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무조건 집에 있는 에디터 GEE. 자고로 모든 에너지는 집, 그 중에서도 ‘방바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방바닥에 드러누워 에너지를 충전 중이던 에디터 GEE는 우연히 한 노래를 듣게 된다.
‘뒹굴뒹굴 데굴데굴 주말을 내내 한자리에서’
누가 나를 사찰했나? ‘뒹굴뒹굴 데굴데굴’ ‘귀찮아’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 노래. 내 마음을 대변한 가사에 공감은 물론 힐링까지 돼버렸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전국 집순이 대표로 이 곡을 적극 홍보해보고자 한다.
에디터 GEE가 꽂힌 노래는 바로 선우정아의 ‘뒹굴뒹굴’이다.(노래 제목 맞습니다) 제목부터 마음에 쏙 드는 ‘뒹굴뒹굴’은 선우정아가 5개월 만에 발표한 신곡이다. 지난 28일 발매한 싱글 앨범 <뒹굴뒹굴>의 타이틀곡으로 선우정아가 작사·작곡했다.
자 그럼, 전국 게으름뱅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선우정아의 신곡 ‘뒹굴뒹굴’을 들어보자. 감상 포인트는 저절로 과몰입하게 만드는 가사다.
전부 주옥같은 가사이지만 그중에서도 에디터 개인 취향이 가득 묻어나는 가사 몇 줄을 공유한다.
‘나는 소띠라 괜찮아’
누워있는 게 가장 좋아
특히 밥 먹고서 바로 누우면
소가 된다고 겁을 주던데
나는 원래 소띠라 괜찮아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소가 된다는 말에 담담하게 ‘나는 원래 소띠라 괜찮아’라고 답하는 선우정아. 실제로 선우정아는 85년생 소띠다. 기적의 논리에 웃음이 피식 새어 나온다. 평소 ‘소처럼 일하다’라는 표현 때문에 ‘소’하면 근면 성실만 떠올랐는데 역시 아티스트의 상상력은 남다르다.
누리꾼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이 신선한 표현에 귀엽다는 반응을 보였다. 게으름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소띠라 괜찮다’라고 말하겠다는 누리꾼도 있었다. 앞으로 누군가 내 게으름에 태클을 걸면 ‘소띠라 괜찮다’는 말을 사용하도록 하자.
‘생각하는 게 다 귀찮아’
연애도 귀찮아 사람들이 귀찮아
생각하는 게 다 귀찮아
멍청이는 아닌데 깍쟁인 더 아니야
계산하는 거 완전 귀찮아
주변 사람들이 ‘연애 안 해?’라는 말을 종종 물어본다. 속으로는 ‘귀찮아서’라고 생각하면서 괜히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처럼 구구절절 대답했었다. ‘20대에는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해’라는 말, 다들 들어봤을 거다. 이 말이 어느새 강박이 되어버렸는지 차마 ‘연애가 귀찮아. 뭘 하는 게 귀찮아’라는 말이 안 나왔다. 또 ‘귀찮다’라고 답하는 게 왠지 성의 없게 들릴 것 같아서 열심히 살을 붙여서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솔직하게 ‘귀찮다’라고 하는 이 가사가 참 좋다. ‘그래, 귀찮을 수도 있지.’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고 위로받은 느낌이다.
‘시간도 플렉스가 된다’
가진 게 없어서 시간으로 Flex
에디터의 마음을 훔친 가사 한 줄. 시간으로 ‘플렉스’한다는 말은 또 처음 들어봤다. 시간은 돈으로도 살 수 없다는데 나도 귀한 걸 ‘플렉스’하고 있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타노스랑 맞먹어
쉽게 없애버리지 요일 하나쯤 슥삭
뒹굴뒹굴 데굴데굴
온몸이 찌뿌둥
그래도 난 좋음
요일 하나를 없애버릴지라도, 온몸이 쑤실지라도 좋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시간을 플렉스 하는 것도. 역시 그럴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뒹굴뒹굴’은 참 소중하다는 게 내 결론이다.
뮤직비디오 댓글을 살펴보니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봤냐고 묻는 댓글이 많았다. 역시 ‘뒹굴뒹굴’은 많은 이들에게 소중하다. 한 누리꾼은 “인생이 귀찮고 움직이기 싫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고급스럽게 할 수 있나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가벼운 일상 소재도 자신만의 느낌으로 멋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선우정아가 가진 엄청난 힘이 아닐까. 이 노래를 들으니 얼른 집에 가고 싶어진다. 가서 ‘뒹굴뒹굴’ 해야지.
에디터 GEE dla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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