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STREET] 요리 안(못)하는 자취생에게 신의 영역이라 불리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상위 레벨에는 ‘제철음식 찾아먹기’와 ‘해양생물을 이용한 요리하기’가 있다. 이 두가지에 모두 해당하는 게 바로 ‘매생이’다.
그래서 매생이는 주부 9단 정도의 요리 실력을 갖춘 요리 고수들에게만 허용되는 음식 재료로, 요알못 자취생에겐 그림의 떡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매생이를 ‘눈앞에 떡’으로 만들어 주는 제품을 찾았다. 바로 신선한 매생이를 깨끗하게 세척한 뒤 동결 건조한 매생이 블록으로, 툭 뜯어서 톡 넣으면 된다. 개별 포장된 매생이 블록을 물에 풀어주기만 하면 자취생도 겨울철 제철 음식인 매생이를 아주 손쉽게 먹을 수 있다.
이제 매생이를 어떻게 먹을지 생각해야 한다. 요리 좀 하는 사람이라면 국도 끓여 먹고 전도 부쳐 먹고 하겠지만, 봉지 라면도 귀찮아 컵라면만 먹는 자취생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다. 그래서 그냥 컵라면에 넣어 먹기로 했다. 요리가 귀찮은 자취생들에게 이만한 조합이 또 있을까. 매생이에 웬 컵라면이냐고 할 사람들을 위해 컵라면 좀 먹어본 29st 에디터들이 매생이와 최고의 케미를 자랑하는 컵라면을 찾아 나섰다. 후보는 에디터들의 의견을 수렴해 평소 자주 먹는 너구리, 쇠고기미역국 라면, 불닭볶음면, 비빔면, 짜파게티 등 5개로 골랐다.
※ 모든 컵라면에는 각각 갯푸른 간편 매생이 1/2 봉지(2g 기준)를 넣었으며, 매생이 향이 얼마나 나는지를 평가한 ‘매생이 후각 지수’, 매생이 맛의 정도를 매긴 ‘매생이 미각 지수’, 그리고 향, 맛, 식감 등 모든 것들을 종합한 ‘매생이 케미 지수’로 매생이와 어울리는 컵라면 순위를 정했다.
‘최고의 매생이 컵라면은?’
?1위 <너구리>
역시 끼리끼리 어울려야 한다고 해조류인 다시마와 매생이의 만남은 옳았다. 너구리에 있는 다시마와 매생이가 뜨거운 물을 만나 한 데 풀어지니 국물의 시원함이 극대화됐다. 굵은 면발 사이사이 매생이가 잘 섞여 있어 매생이의 식감도 잘 느껴진다. 너구리에 건매생이면 3분 만에 근사한 해물 국물 요리가 된다.
? 2위 <쇠고기미역국 라면>
너구리와 마찬가지로 해조류인 미역이 들어가 있어 매생이와의 조화는 좋았다. 다만 너구리에서는 다시마가 국물의 맛을 내는 역할만 한 데 비해 미역국라면에는 미역이 아예 건더기로 가득 들어가 있어 매생이의 존재가 미역에 살짝 가려진다. 하지만 평소 미역국을 좋아한다면 매생이를 넣어도 크게 거슬리는 맛 없이 후루룩 먹을 수 있을 듯.
? 3위 <짜파게티>
먹어보기 전엔 괴식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크게 나쁘지 않아서 의외였던 조합. 사실 짜장 스프의 맛이 강하고, 국물이 없는 컵라면이다 보니 매생이 자체의 향과 맛은 강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다만 평소 짜파게티에서 느껴지던 느끼함이 매생이 덕에 조금 덜해져 담백해진 짜파게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 공동 4위 <비빔면> & <불닭볶음면>
짜파게티와 마찬가지로 국물 없이 소스에 비벼 먹는 라면이라 매생이를 넣었을 때 소스 맛이 살짝 옅어졌다. 비빔면과 불닭볶음면은 매운맛으로 먹는 라면이라 소스 맛이 옅어지니 라면 자체의 맛도 함께 떨어지는 느낌. 게다가 소스의 맛이 강해 매생이는 컵라면에 들어있는 김 플레이크 정도의 향과 맛 정도만 낼 뿐. 안타깝지만 매생이와 빨간 소스 라면은 그리 어울리지 않는 걸로…
에디터 RAN lastleast@donga.com, 에디터 LYNN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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