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STREET] 일요일 오전 11시, 내 방 침대에 드러누워서 ‘집에 가고 싶다~’고 중얼거릴 정도로 집을 사랑하는 인도어(indoor)파 중의 인도어파인 에디터 LEE. 즐겁고 평온한 내 방은 언제나 소중하지만 1년 넘게 회사-집-회사-집만 반복하다 보니 이제 슬슬 여행이라는 걸 가고 싶다. 사실 ‘이시국’ 전에도 그리 부지런히 여행을 다니던 편은 아니지만 안 가는 것과 못 가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낯선 언어와 낯선 풍경이 나를 맞이하는 저 먼 어딘가로의 여행, 언제쯤 마음 편히 갈 수 있을까? 그날을 기원하며 오늘도 고퀄리티 여행 프로들로 마음을 달래본다(윤식당, ‘꽃보다’시리즈 등 이미 다들 봤을 여행 예능은 일부러 제외했다).
‘넷플릭스 / 필이 좋은 여행, 한입만!’
진행자 필립 로즌솔, 줄여서 ‘필’씨가 세계 여기저기를 다니며 맛있는 걸 먹고 다니는 프로그램이다. 어릴 적 ‘먼나라 이웃나라’ 프랑스 편 앞부분(식생활을 다룬 부분이다)만 집요하게 마르고 닳도록 보았던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국의 식문화에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 시즌 1~4까지 있으며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기에 어느 시즌 어느 화부터 봐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옆집 아저씨 같은 필 아저씨의 친근함과 귀여운(?) 리액션, 필 아저씨 가족의 훈훈한 모습도 만족스럽다.
가장 최근 시즌인 4시즌에는 리우, 샌프란시스코, 싱가포르, 미시시피, 하와이 등 이름만 들어도 따뜻한 기운이 전해지는 여행지들이 등장한다. 보고 있으면 저절로 내 기분까지 밝아지는 프로그램.
‘유튜브 / 빠니보틀 채널’
방송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에디터 LEE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심으로 끼워 넣은 여행 유튜브 채널이다. 30대 청년 ‘빠니보틀’이 퇴사 후 짠내나는 세계여행을 다니며 현지에서 바로바로 영상을 만들어 올리면서 점차 유명해진 채널.
지극히 한정된 예산만 갖고 여행을 다니기 때문에 보통 여행 유튜브 채널에서 자주 보이는 화려한 풍경이나 고급숙소 체험 같은 것은 없다. 대신 인도 열차 가장 싼 좌석 체험, 공산주의 시절 폐허 구경하기, 타지키스탄 방사능 온천 방문기 등 정말 흔치 않은 영상들이 가득하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조잘거리는 재주가 있는 빠니보틀의 매력에도 점점 빠지게 된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귀국해서 인적 드문 국내 시골, 무인도, 폐허 등을 탐방하고 있다.
‘넷플릭스 / 행복원정대: 알래스카에서 멕시코까지’
1시간 36분짜리 단편 다큐멘터리다. 독일 커플 펠릭스와 셀리마가 직접 개조한 스쿨버스로 초장거리 캠핑카 여행을 떠난다. 멋지게 개조한 캠핑카에 강아지 루디까지 있으니 말만 들어도 낭만이 넘친다. 미국에서 알래스카, 멕시코를 거쳐 아르헨티나까지 가는 기나긴 여정이지만 호텔 못지않은 자체개조 캠핑카 덕분인지 마냥 편안하고 자유로워 보인다. 사막지대, 그랜드캐년 등 대자연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 시간에 쫓기지 않고 느긋하게 여행하는 두 사람은 스스로를 ‘행복원정대’라 부른다.
긴 여행이니 당연히 서류 문제, 반려견 건강 문제 등 계속해서 예기치 못한 사건들도 생긴다. “처음에는 매일 새로운 일을 겪는 게 신났는데, 지금은 버거울 때가 많다”는 멘트에서 결국 여행도 일상이 되면 비슷한 고충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결국 두 사람은 여행을 중단하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선택하는데, 그 사실적인 과정이 묘한 ‘힐링’을 전달한다. 이번 여행은 끝났지만, 이번 생의 모든 여행이 끝난 것은 아니니까. 지금 이 커플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져 찾아보니 지금은 스페인에 정착해 살면서 다음 다큐를 준비 중이고, 올해 6월에는 두 사람의 아기가 태어날 예정이라고 한다. 역시 여행은 끝난 게 아니었다.
‘KBS1TV / 걸어서 세계속으로’
2005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방영되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지금은 집에 TV가 없어서 수신료를 내지 않지만, TV가 있던 때에는 토요일 아침 이 프로그램을 자주 보곤 했다. TV보는 걸 그리 즐기지 않던 에디터 LEE에게 ‘수신료의 가치’를 느끼게 해 준 프로그램이라고나 할까. 유튜브‘KBS여행 걸어서 세계속으로’채널에도 보기좋게 편집된 클립이 올라오는데, 공영방송 프로그램답게 여행지 풍경과 현지 문화 정보가 세련되게 어우러져 있다.
여행지 풍경보다 인물들의 스토리에 초점을 맞춘 ‘다큐’스타일 영상도 백미다. 특히 국방부 전통악대가 핀란드 하미나 군악축제에 참여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은 조회수 293만회를 기록했는데, 보고 있으면 좋은 의미의 ‘국뽕’이 차오른다.
‘EBS / 세계테마기행’
세계테마기행, 줄여서 ‘세테기’도 2008년부터 지금까지 장수 중인 여행 프로그램이다. 각 편마다 방송인, 사진작가, 교수 등 개성이 뚜렷한 출연자 한 명이 직접 여행하며 진행하는 형식이다. 여행지와 궁합이 잘 맞는 인물을 여행자로 선정하기 때문에 입담 듣는 재미도 있다(종종 어색한 ‘국어책 읽기’ 진행도 펼쳐지는데 이것도 나름 매력이다).
유튜브로도 ‘세테기’를 볼 수 있다. EBS 다큐멘터리 채널에 각 나라별 에피소드가 깔끔하게 풀버전으로 올라와 있다. 세테기 전용 채널인 ‘세테깅(세계테마기행+ing)’ 채널에는 방송분량 중에서 특히 볼 만 한 부분이나 미공개 컷을 편집한 클립영상들이 올라온다. 대개 10분 이내의 짧은 편집본들이고 유튜브 스타일에 맞게 재편집되어 방송분량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에디터 LEE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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