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혜미 기자] 배우 안효섭의 ‘기다림’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중이다. 출연 결정 이후 1년이 넘는 기다림 끝에 만난 SBS 월화드라마 ‘홍천기’가 최고 시청률 10.2%(6회 방송분, 전국 평균 기준, 닐슨 코리아 제공)로 6주 연속 월화극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인 것. 한 작품을 향한 그의 뚝심이 빛을 발하고 있다.
극 중 안효섭은 붉은 눈의 비밀을 품은 서문관의 주부 하람부터 왕실을 위협하기 위한 정보조직 월성당의 수장 일월성, 또 하람의 몸에 깃든 마왕까지 1인 3역을 넘나들고 있다.
붉은 눈과 백옥 같은 얼굴과 말간 미소, 낮고 안정적인 듯 다정한 목소리.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왕실을 향한 복수심을 현실화 시킬 날만 고대하고 있는 모습까지 어느 하나 현실성 없는 조건들로만 갖춰진 완벽한 주인공 캐릭터 하람. 여기에 취미 삼아 뜯는다는 거문고 연주 실력도, 낮말도 밤말도 모아 쥐는 정보력도, 날쌘 무술 실력도 갖췄으니, 두 번째 캐릭터 일월성 역시 ‘비현실 그 자체’다. 특히 시청자에게 낯선 마왕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터.
사극의 특성상 캐릭터 적 차별화를 강화할 선택지는 다양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안효섭은 ‘홍천기’를 택했고, 전혀 다른 캐릭터를 시청자가 조금이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완벽한 1인 3역을 위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쉽지 않은 1인 3역, 그것도 마치 만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캐릭터들을 드라마로 옮겨와 현실성을 부여하고 비주얼로 연기로 모두를 납득 시킨 안효섭. 로맨스 판타지 사극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노력이, 여러 작품을 사양했던 1년여의 고대가 드라마 ‘홍천기’를 빛내고 있다.
# 보이지 않는 눈의 대화 ‘하람’
하람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성하는 붉은 눈동자는 어린 시절 마왕을 봉인하고 얻은 상흔과 다름없다. 그로 인해 시력을 잃은 하람은 상대방과 시선을 맞추거나 감정을 담아 이야기를 나누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마치 눈이 보이는 것처럼’이라는 캐릭터적 설정을 살려야 했기에 안효섭은 하람의 시선을 상대와 미세하게 어긋나도록 조정했다. 눈동자를 통해 하람의 속내까지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그의 감성에 시청자가 동화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다정한 말투와 온화한 목소리, 따뜻한 미소로 하람의 서사를 공고히 해 말로 다 할 수 없는 안효섭 만의 ‘눈의 대화’를 완성, 시청자에 공감을 이끌었다.
# 은밀한 판타지 ‘일월성’
주로 밤에만 모습을 드러내고, 그 조차도 검은 가면으로 얼굴을 숨긴 일월성 연기에는 캐릭터가 지닌 은밀함에 중점을 뒀다. 안효섭 특유의 중저음 보이스에 기술적 효과를 더해 일월성 만의 색을 완성한 것. 가면 사이로 자연스럽게 붉은 눈동자를 노출해 일월성의 본체가 하람임을 슬쩍 알려주는 계산도 놓치지 않았다.
# 판타지의 끝판왕 ‘마왕’
등장만으로도 다수의 시청자를 놀라게 한 마왕이 되기 위해 안효섭은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준비에만 세 시간 이상, 지울 때마저 특수한 약품으로 한 시간 이상 공을 들여야 하는 특수분장으로 완성된 마왕의 모습에는 시간이 투자됐다. 여기에 많은 연기를 블루스크린 앞에서 소화해야 했기에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담겼는지 정확한 확인은 어려웠다. 또 마왕의 신출귀몰한 모습, 격렬한 액션 등을 소화하기 위해 와이어에 몸을 맡겼다. 몸 사리지 않는 그의 연기에 후반 작업까지 더해져 시청자가 본 드라마 속 마왕으로 탄생했다.
관계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특수분장에 갇힌 채 오랜 시간을 공들인 촬영은 물론 한 겨울, 한 여름 동안 극과 극인 마왕과 하람을 오가는 촬영은 연기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수많은 노력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고 전했다.
이렇듯 쉽지 않은 1인 3역, 그것도 마치 만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캐릭터들을 드라마로 옮겨와 현실성을 부여하고 특별한 비주얼과 연기로 모두를 납득 시킨 안효섭. 로맨스 판타지 사극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노력이, 자신만의 홍천기를 그려온 1년여의 고대가 드라마 ‘홍천기’를 빛내고 있다.
이혜미 기자 gpai@tvreport.co.kr / 사진 = ‘홍천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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