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은정 기자] 류영준 교수가 의사로서 확고한 신념을 드러냈다.
17일 오후 방송된 MBC ‘오프 더 레코드’에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알린 최초 제보자 ‘닥터 K’가 출연했다.
이날 닥터K(류영준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년 전 줄기세포 논문 조작을 폭로한 이야기를 전했다.
류교수는 황우석이 사람 난자로부터 환자 맞춤형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추출했다는 내용으로 ‘사이언스’지에 실었던 논문이 조작된 사실을 세상에 알린 인물. 그 이야기는 유연석 주연의 영화 ‘제보자'(2014)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류교수는 영화에 대해 “유연석 너무 잘 생겨서 싱크로율 떨어진다”면서 유머러스한 면모를 드러냈다.
지난 1997년 한국에서 신드롬 현상까지 일으켰던 황우석의 줄기세포 연구. 이는 난치병 치유 및 인간장기 대량공급 등으로 인간 복지에 기여할 수 있기에 국내외 큰 관심을 받았다.
난치병 환자들 입장에서는 간절한 치료법이었다. 1995년 불의의 낙마 사고로 얼굴 빼고 전신 마비가 된 영화 ‘슈퍼맨’의 배우 크리스토퍼리브 또한 바다를 건너 황우석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이에 대해 황우석은 “슈퍼맨이 다시 하늘을 날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류교수는 당시 대학원 소속 학생으로 연구에 참여했다. 하지만 공부를 위해 아무리 찾아봐도 관련 논문은 없었고, ‘소’ 팀장에게 복제 송아지 영롱이 논문을 요구하자 말을 돌렸다고 전했다. 논문 자체가 없었던 것. 여러 가지 정황상 수상한 점이 많아 증거(논문)를 요구하는 일부 기자들고 있었지만, 황우석은 “이사하며 논문을 분실했다”는 핑계를 공식 입장으로 내놨다.
류교수는 황우석의 줄기세포 연구가 모두 거짓말이라고 믿게 된 이유에 대해 “의대생이 신경외과 이사도 하기 힘든 두개골을 열어 뇌암 수술에 성공했다고 하면 누가 믿냐”면서 “배아 줄기세포 1개도 만들기도 어려운데, 11개 성공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불가능한 걸 아는데 설득을 못 시키겠더라”고 당시 고충을 털어놓은 류교수는 “11개 성공 사실을 3월에 들었는데 5월에 임상 실험을 하겠다고 하더라. 뭘 넣는다는 건지.. 그때 뚜껑이 열렸다. 거짓말이 선을 넘었다”고 밝혔다.
배아 줄기세포는 무엇으로 분화될지 몰라 암이 생길 수도 있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임상실험 1차 대상자가 교통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8살 어린아이였다.
‘나 대신 누군가 나서겠지’ 생각하며 3개월을 전전긍긍한 류교수는 수없이 줄기세포 연구팀에 재검증을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이에 병원 작은 TV로 우연히 보게 된 MBC ‘PD수첩’ 특집을 보고 제보를 결심하게 되었다.
진실을 세상에 알린 대가는 혹독했다. 황우석의 거짓말을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 분노했고, 류교수는 악플은 물론 신변의 위협을 받았다. 옥상에서 줄타고 내려와 13층 집에 침입하는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는 뉴스에 집 전경이 모자이크 처리되어 방송되기도 했다.
류교수는 “제가 나쁜 사람이라는 전체하에 무단 침입으로 집 안을 찍어갔다. 고소 안 했지만, 지금이라도 반성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폭로 이후 병원에서는 해고됐고, 도피 생활로 2년간 수입이 없어서 생계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후회한 적은 없는지?’ 묻자 류교수는 “후회라는 건 후회할만한 선택지가 있어야 한다. 제 앞에는 선택지가 하나 밖에 없었다. 후회를 할 수가 없다”면서 “의사로서 지켜야 하는 신념의 마지노선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익제보를 위한 체크 리스트가 있다. 감정적이면 안 된다. 제보로 인해 자기가 받을 피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제보 전 증거자료 법률적인 검토 그리고 가족 및 조력자에게 말을 해야하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ekim@tvreport.co.kr / 사진=방송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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