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영재 기자] 정서경 작가가 박찬욱 감독과 어떻게 시나리오를 ‘공유’해서 쓰는지 설명했다.
27일 오전 서울시 동대문 홍릉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콘텐츠 분야 세미나 ‘2022 콘텐츠 인사이트’가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 첫 세션은 자신만의 작법과 연출력으로 세계관과 캐릭터를 구축한 거장들의 이야기를 듣는 ‘IP: 세계관의 탄생’을 주제로 꾸며졌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 이어 tvN ‘작은 아씨들’까지 올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친 정서경 작가가 ‘나는 왜 쓰는가? 작가 정서경, 창작할 결심’이라는 주제 아래 주성철 영화평론가와 대담을 나눴다.
정서경 작가는 박찬욱 감독과 영화 ‘친절한 금자씨’ ‘박쥐’ ‘헤어질 결심’ 등을 협업했다. 특히 하나의 컴퓨터와 두 벌의 키보드로 공동 작업을 한다는 이야기가 익히 알려졌다. 예를 들어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라는 대사에서 ‘희망을 버려’는 정서경 작가가 쓰고 ‘그리고 힘내’는 박찬욱 감독이 쓰는 식이다.
‘나도 그렇게 해 보려고 했더니 안 되더라?’라는 주위 반응을 소개한 정서경 작가는 이날 “시나리오 초고가 답”이라고 비법을 밝혔다. 정서경 작가는 “감독님과 제가 트리트먼트를 상의하고 첫 신부터 마지막 신까지 초고를 쓴다”며, “뒤에 어떤 문장이 올지 모르면 나라도 가능하지 않은 방법이다. 애초에 어떤 문장이고 어떻게 바꾸려고 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둘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서경 작가는 “‘친절한 금자씨’부터 이런 작업을 시작했다”며, “‘친절한 금자씨’ 초고 상태가 정말 안 좋았다. 연출부한테 공유 케이블과 모니터, 키보드를 부탁한 다음 단양 콘도에 가 식탁 양 끝에 앉아 시나리오를 고쳤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는 시나리오 고치러 가면 왜인지 스태프가 다 따라왔다. 우리는 탁구 경기를 하는 사람들이었고, 그 분들은 옆에 소파에 앉아 갤러리처럼 우리를 바라봤다”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올드보이’로 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고 세계적 거장이 된 상태. 정서경 작가는 “나는 경력이 없는 작가였고, ‘시나리오 한번 써 볼까?’ 하는 감독님과 달리 나는 필사적이었다”며, “사람들이 다 보고 있으니 밀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정서경 작가는 “이 방법의 장점은 쓸데없는 설득과 논쟁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라면서, “키보드로 조용히 내 생각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면 될 뿐”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서경 작가는 ‘헤어질 결심’은 해당 방법으로 일주일 가량 시나리오를 고쳤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김영재 기자 oct10sept@tvreport.co.kr/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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