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은정 기자] 추억의 영화를 무대에서 만났다. 뭉클한 가족 이야기와 웃음소리가 가득한 객석, 공연을 보는 내내 힐링의 시간이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시애틀 트라이아웃 공연 후 브로드웨이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히트작이며, 한국에서는 논-레플리카 버전으로 황석희가 번역을 맡아 국내 정서에 맞게 각색했다.
이야기는 철부지 남편 다니엘이 아내 미란다에게 이혼 통보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다니엘은 자유분방한 삶을 살며 가족의 경제적 문제에 무심했고, 실질적으로 세 아이와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미란다는 이에 지쳐 이혼을 결심한다. 아이들을 주 1회만 만날 수 있게 된 다니엘은 우연히 미란다 집 가정부 구인 광고를 보고 노인 여자로 변신,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되어 다시 가족 곁으로 향한다.
작품은 부부, 자녀, 가족의 이야기로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엉뚱한 실수와 해프닝으로 폭소를 유발하는 동시에 본 모습을 숨기고 나서야 알게 되는 상대의 진심으로 찡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무대의 중심은 단연 ‘미세스 다웃파이어’ 역의 임창정이다. 10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그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큰 무대를 종횡무진 누빈다. 존재만으로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는 그는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와 애드리브로 즐거움을 안긴다. 여기에 아이들에게는 다정하고 아내 앞에서는 서툰 현실적인 아빠의 모습을 그려내며 공감대를 높인다.
숨 돌릴 틈 없이 진행되는 퀵 체인지와 루프머신, 탭댄스, 패션쇼 등 과장을 보태 임창정의 ‘원맨쇼’를 보는 듯한 다채로움이 단연 하이라이트다. 평범한 남성에서 백발의 할머니로 변신하는 시간은 약 8초. 숨을 헐떡거리며 우왕좌왕 옷을 입고 가발을 챙기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무대 한 번에 2~3kg가 빠질 정도라고.
신영숙, 박준면 등 실력파 뮤지컬 배우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미란다 역의 신영숙은 뛰어난 완급 조절로 극을 이끌었고, 공무원 완다 역 박준면은 깜짝 놀랄 신 스틸러로 분하며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더불어 ‘마틸다’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설가은을 비롯한 아역 배우들의 깜찍하지만 능숙한 연기가 작품의 큰 묘미다.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즐겁고 밝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박민선 프로듀서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동명의 영화가 워낙 유명했기에 로빈 윌리엄스의 잔상을 지울 수 있을까 우려했지만, 무대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생기 넘치는 에너지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뮤지컬만의 매력을 발산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선물하고,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기억을 남기는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됐다.
한편,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오는 11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김은정 기자 ekim@tvreport.co.kr / 사진=㈜샘컴퍼니, ㈜스튜디오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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