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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은 화려, 속은 글쎄…그럼에도 반가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씨네: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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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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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 기사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TV리포트=강지호 기자] 종이를 넘기는 대신 페이지를 클릭하는 시대, 화려한 세계 이면의 이야기에 현실을 버무려 20년 만에 돌아온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데이빗 프랭클 감독·20세기 스튜디오·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배급)’다.

29일 개봉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는 전설적인 패션 매거진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와 20년 만에 기획 에디터로 돌아온 앤디(앤 해서웨이)가 럭셔리 브랜드의 임원이 된 에밀리(에밀리 블런트)와 재회하고, 완전히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다시 한번 패션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모든 커리어를 거는 이야기를 담는다.

무려 20년 만에 찾아온 후속작이다. 주연 배우들 역시 지난 2006년 사랑받았던 전작과 동일하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화제성 속에서 ‘악프다2’는 화려한 베일을 벗었다.

▲ 20년, 미란다의 세계도 변했다…한 시대를 버텨온 사람들의 고집과 애정

2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떤 이야기는 다시 돌아오기만 해도 반갑다. 패션 매거진 ‘런웨이’의 인물들이 스크린 속에 다시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작품은 관객의 기대를 충분히 자극한다.

무엇보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 출판·잡지 산업의 급격한 변화를 주제로 삼은 점 역시 흥미롭다. 종이 잡지가 주도하던 시절에서, 클릭과 알고리즘이 시장을 지배하는 2026년이 ‘런웨이’의 새 무대다.

전작에서 미란다의 권력을 상징하던 종이 잡지 ‘런웨이’는 이제 스마트폰 화면 안으로 들어갔다. 미란다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있고, 중요한 건 ‘페이지뷰’다. 극 중 나이젤(스탠리 투치)의 대사처럼 공들여 만든 콘텐츠들은 스크롤로 쉽게 소비된다(심지어 화장실에서). 한때 몇 달을 공들여 완성하던 화보와 기사들은 이제는 몇 초 만에 소비되고 사라지는 시대가 20년 만에 도래했다.

20년 전 전작을 사랑했던 관객들도, 다시 돌아온 ‘악프다2’를 새롭게 보게 된 관객들도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저널리즘을 따라 기자의 일을 하던 앤디 역시 이런 현실 속에서 다시 ‘런웨이’로 돌아온다. 여전히 미란다와 앤디의 가치관은 다르지만, ‘악프다2’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두 사람이 함께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다룬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지점은 두 사람이 보여주는 ‘사랑’이다. 특정 산업, 특정 세계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인물들이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 ‘런웨이’를 향한 애정으로 “이 일이 너무 좋은 걸 어떡하냐”고 말하는 미란다의 모습은 분명한 울림을 준다.

돌아온 ‘악프다2’에는 결국, 한 시대를 버텨온 사람들의 고집과 애정이 담겼다.

여기에 패션계를 중심으로 한 화려한 비주얼과 패션은 여전히 강력한 무기다. 화면을 채우는 의상과 공간, 스타일링은 전작에 이어 눈을 즐겁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 화려하지만 얕다…’악프다2′ 서사에 남은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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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애정이 서사적 설득력으로 이어지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영화 제목의 ‘악마’를 상징하던 미란다는 흘러버린 시간에 맞게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변했다. 물론 그럼에도 그가 가진 아이코닉함과 카리스마는 변함이 없다. 그대로인 나이젤도 더할 나위 없다.

문제는 앤디다. 기자 일을 하던 앤디가 시대의 변화 속에서 다시 ‘런웨이’로 오게 된 것까지는 개연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앤디는 20년 전에서 크게 성장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기본적으로 ‘런웨이’에 대한 존중은 영화 시작 시점에서도 여전히 부족하다.

서사적으로 앤디의 선택을 뒷받침해 주는 내용들이 꾸준히 등장하지만 캐릭터의 매력도에 있어서 자신의 고집만을 관철하는 앤디의 모습은 매력적이지 않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기자상을 수차례 받았다는 설명에도 축적된 시간이 캐릭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

이야기의 전개 역시 갑작스러운 부분이 많다. 특히 극 중 한 인물의 죽음은 마치 임성한 작가가 쓴 드라마 속 장면 같다. 물론 웃음이 나는 포인트가 되기도 했지만, 이로 인해 전반적으로 극의 무게감이 가볍다.

조연 캐릭터의 활용도 역시 아쉽다. 에밀리는 분명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으로 설정되어 있음에도, 극 중 남성 관계와 물질적 욕망에 치우친 모습으로 소비된다. 캐릭터가 지닌 잠재력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한 선택이다.

앞서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아시아인 캐릭터 ‘친저우(헬렌 J. 셴)’는 예고편에서 드러난 것처럼 여전히 스테레오타입에 기반해 그려진다. 다만 이를 노골적인 차별로 단정하기에는(이름은 뒤로 하고), 캐릭터 자체는 매력적이다. 극 안에서 나름의 존재감과 활약도 있다.

그런데 방향성이 문제다. 친저우는 극의 인물로서 기능하기보다, ‘전형적인 아시아인’ 이미지를 하나의 캐릭터처럼 차용한 인상에 가깝다. 의도가 무엇이었든, 이는 서구적 시선과 무지에서 비롯된 설정으로 읽힌다.

특히 2026년 패션계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실제 산업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아시아계 인물들의 비중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친저우는 영화 속 눈엣가시처럼 남는다.

화려한 비주얼과 시의성 있는 주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20년 전 전작을 보고 사랑에 빠졌던 이들이라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다시 돌아온 것만으로도 기쁠 것.

하지만 스마트폰을 든 패션 업계의 내용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담겼는지는 잘 모르겠다.

4월 29일 개봉. 러닝타임 119분. 12세 이상 관람가.

마지막 한마디. 전작을 사랑한다면 그럼에도 극장에서.

강지호 기자 / 사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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