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강해인 기자]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이 관객과 만났다.
오랜 시간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활약한 리들리 스콧은 거장으로 불린다.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스’, ‘글래디에이터’ 등 무수히 많은 명작이 그의 손에서 탄생해다. 그의 숨결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는 영화가 극장가를 찾아왔다.
리들리 스콧은 꾸준히 스크린 위에 묵직한 인류학적 보고서를 써왔다. 장엄하고 서늘한 우주의 공포를 선사했던 ‘에이리언’부터 인간의 처절한 생존 의지와 희망을 보여준 ‘마션’ 등의 영화는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이 내리는 선택에 주목해 왔다. 장르의 경계를 오가며 영화 세계를 확장했던 그가 이번엔 대재앙 이후의 세계를 무대로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였다.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은 인류 대부분이 종적을 감춘 폐허 속에서 의문의 라디오 무전에 의지한 채 희망을 찾아 나서는 파일럿의 이야기다.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이식한 이 작품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진부한 설정과 서사를 반복하지 않는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을 “마션 이후 최고의 영화”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거장이 바라본 종말 이후의 세상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은 인류의 멸망이나 문명의 파괴 그 자체에만 시선을 가두지 않는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문명이 사라진 후 살아남은 이들이 유랑하며 겪는 내밀한 감정 변화와 생존의 본질에 집중했다. 그는 “이 이야기에는 드라마와 공포, 긴장, 코미디까지 수많은 요소가 담겨 있다. 하지만 결국 핵심은 스스로 살아가는 힘이다. 자신은 자기가 스스로 돌봐야 한다”라고 작품의 의미를 돌아봤다.

할리우드를 대세 배우들은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멸망한 세계에 설득력을 더했다. 우선, ‘프랑켄슈타인’·’폭풍의 언덕’ 등으로 글로벌 스타로 도약한 제이콥 엘로디가 파일럿 힉으로 변신했다. 골든 글로브에 이어 미국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남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그는 상실감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남자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영화의 중심을 잡았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타노스로 활약했던 조슈 브롤린은 힉의 동거인 뱅리 역으로 등장한다. 그는 거친 외면 뒤에 인간적인 면을 가진 인물을 밀도 있게 연기하며 극에 무게감을 더했다. 그리고 황량한 세계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고, 힉과 관계를 쌓아가는 시마는 ‘서브스턴스’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마가렛 퀄리가 맡았다. 시마의 아버지이자 붕괴한 세계 속에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강인한 가장 팝스는 ‘메멘토’·’킹스 스피치’·’아이언맨 3’의 가이 피어스가 맡아 강렬한 시너지를 만들었다.
전 세계인이 사랑한 베스트셀러 원작은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이 가진 최대 강점이다. 피터 헬러 작가의 동명 소설은 지난 2012년 출간과 함께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및 인디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이후 전 세계 26개 언어로 번역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주노 다이스는 “문학이 있어 행복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평으로 ‘도그 스타’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웃도어 탐험가 출신인 원작자 피터 헬러의 경험은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그의 실제 경험이 글에 고스란히 녹아든 덕분에 소설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은 현실적인 생존 감각이 돋보일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인간의 상실과 고독, 그리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 과정을 통해 희망을 말하며 그의 소설은 전 세계 독자의 마음을 훔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원작의 따뜻한 시선과 감성은 리들리 스콧의 손을 거쳐 스크린에 확장됐다.
명품 제작진은 볼거리를 풍성하게 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먼저, ‘맹크’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을 받았던 에릭 메서슈밋이 카메라를 잡고 극의 분위기를 탄탄히 구축했다. 현실감 있는 비주얼을 담기 위해 이탈리아 여러 도시를 오가며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한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은 광활하면서도 황폐한 자연과 그 안에 남은 인물을 대조하며 고독의 깊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의상과 음악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글래디에이터’·’나폴레옹’ 등의 작품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과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춰온 의상 감독 잰티 예이츠는 물자가 극도로 부족한 종말 이후 삶의 풍경을 의상 안에 완벽히 녹여냈다. 또한, ‘마션’·’하우스 오브 구찌’ 등에서 음악을 담당했던 해리 그레그슨윌리엄스는 고독과 희망, 공포와 폭력의 대비를 음악에 담아 작품의 분위기를 살렸다.

‘마션’에 이어 리들리 스콧은 희망을 노래하는 이야기로 관객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 독특한 아포칼립스 영화에서 관객은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거장이 전하는 위로와 여운을 맛볼 수 있는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은 지금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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