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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영화제를 휩쓴 한국 영화가 극장가를 찾아온다.
전 세계 영화제를 뒤흔든 화제작 ‘수련’이 극장가에 곧 상륙한다. 이 작품은 미국·인도·이탈리아 등 전 세계 25개국 65개 영화제에 초청되며 한국 독립영화의 가능성을 넓힌 바 있다.
초청과 함께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터져 나온 수상 소식은 ‘수련’의 완성도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제2회 선스크린 영화제 노스에서 최우수 작품상·감독상·촬영상까지 주요 부문을 싹쓸이하며 평단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한, 제19회 레드락 영화제 심사위원에서는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고, 열연을 펼친 두 주연 배우는 특별 공로 연기상까지 거머쥐었다.
‘수련’은 밀도 높은 서사와 서늘한 미장센, 그리고 폭발적인 열연이 삼위일체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으며 개봉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전 세계 관객의 심장을 관통한 이 작품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

‘수련’의 중심엔 꿈과 생존의 경계에 선 청춘들이 있다. 막연한 꿈을 품고 대도시 서울로 뛰어든 두 소녀 효원(이홍연 분)과 은서(최은서 분)의 위태로운 여정은 가혹한 현실을 가감 없이 투사한다. 이들이 마주한 서울은 마법의 공간이 아닌, 당장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냉혹한 생존의 전쟁터다. 영화는 사회적 안전망 밖으로 밀려난 이들의 참혹한 현실을 밀착해 쫓으며 서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영화의 진정한 서스펜스는 외부의 위협이 아닌, 두 주인공 사이의 심리적 균열에서 폭발한다. 단역이라도 얻어내려는 효원과, 그런 효원에게 극도의 집착을 보이는 은서의 관계는 절박함 속에서 서서히 어긋난다. 연출을 맡은 이찬호 감독은 두 청춘이 겪는 불안과 공포를 스릴러의 문법으로 풀어내며 익숙한 청춘물의 틀을 완벽하게 벗어났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칠수록 깊은 늪으로 빠져드는 인물들의 변화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시선을 붙잡아 둔다.
영화의 서사에 깊이를 더하는 또 하나의 거대한 축은 안톤 체호프의 연극 ‘갈매기’다. 체호프의 ‘갈매기’는 작가를 꿈꾸는 뜨레쁠레프와 배우를 꿈꾸는 니나의 비극을 담았던 이야기다. 이루지 못하는 것들을 비추며 인생의 의미를 물었던 작품으로, 체호프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다. 주인공들에게서 듣게 되는 ‘갈매기’의 대사는 명작과 현실을 연결시키며 극의 메시지와 서정성을 극대화한다.

‘수련’은 무대의 화려함과 그 이면에서 생존을 위해 피폐해지는 청춘들의 비극을 교차시킨다. 호수를 날던 갈매기가 이유 없이 박제되듯, 꿈 많은 청춘들이 현실의 폭력 앞에서 파괴되어 가는 과정이 서글프고 섬뜩하게 담겼다. 이처럼 현실과 연극을 오가는 정교한 플롯은 고전을 현대적이고 서늘한 방식으로 변주해 낸 천재적인 각본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이 잔혹한 비극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충무로가 발견한 괴물 신인들의 경이로운 열연이다. 뉴질랜드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많은 연기상이 증명하듯, 이홍연과 최은서는 청춘이 가진 날것의 에너지를 뿜어내며 작품을 이끌었다.
효원 역을 맡은 이홍연은 시련 속에서도 꿈을 위해 끝까지 버티는 독기를 통해 청춘의 절박함을 생생히 표현했다. 동시에 단단함 안에 가려진 연약함까지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수련’의 중심을 잡았다. 은서 역의 최은서는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소름 돋는 감정 연기로 담아냈다. 효원과의 관계가 붕괴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인물의 변화를 섬세한 연기로 그려냈다.

영화의 감각적인 미장센은 감정적 파고를 시각적으로 완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청춘들의 불안을 예리하게 캐치한 카메라 워킹과 빛의 대비가 특히 인상적이다.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극단의 무대는 이상향을 상징하는 반면, 두 소녀가 내몰린 칠흑 같은 밤거리와 좁은 차 안은 폐쇄적이고 숨 막히는 질감으로 표현됐다. 그리고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가는 도시의 불빛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버티고 있는 두 인물의 불안함이 투영돼 배경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전 세계를 매료시킨 압도적인 마스터피스 ‘수련’은 오는 19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영화로운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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