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네이버 정기 주주총회
I 주주와의 소통 부족 지적
I AI 기술 우위에 대한 질의
취임한 지 3년이 지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주주총회에서 이루어진 주주들의 날 선 질문에 진땀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제2 사옥 1784에서 네이버의 제25기 정기 주주총회가 진행됐다. 주주총회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주주들이 참석해 엄숙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총에 상정된 안건으로는 2023년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이사무엘 선임의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변재상 선임의 건 등 6건으로 모두 통과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외이사 후보에 오른 변재상 전 미래에셋생명 대표는 국민연금 기금 수탁자 전문위원회가 기업가치 훼손을 한 이력을 이유로 선임을 반대했으나 원안대로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공단은 현재 네이버의 지분 9.03%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알려졌다.
일반 주주들도 변재상 후보 선임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최수연 대표에게 “국민연금이 변재상 후보 선임을 반대한 것으로 아는데 이런 우려를 해소했냐”고 물었다.
네이버의 최수연 대표는 주주의 질문에 “국민연금의 우려를 전달받았으나 사외이사 추천 과정에서 엄중한 검증과 해소 절차를 거쳤다. 상법 시행령에 열거된 사외이사 자격 요건과 독립성을 검토한 결과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 재직 당시 제기된 기업가치 훼손에 대해서는 “2020년 미래에셋 계열사가 공정위로부터 특수관계인에게 부당 이익을 제공해 시정 조치를 한 점을 확인한 결과 후보자 본인이 직접 제재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징금 규모도 매출 대비 미미했으며 사실 관계 위법성 다툼이 있어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이 진행 중으로 사실관계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기존에 진행하던 주주총회의 방식과 달리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다수의 주주와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질의응답 시간에 주주들은 네이버의 주가 부양과 주주 친화 정책, 서비스 혁신 계획 등을 질문했다.
이와 함께 자회사 상장으로 인한 모회사의 주주가치 훼손과 장기 성장 전략, AI 경쟁력 등에 대한 우려를 함께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한때 40만 원을 넘었던 네이버의 주가가 최근 20만 원 밑으로 하락하면서 주주들의 원성이 자자해진 것으로 판단된다. 부진한 주가 흐름을 지적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모였으며 유튜브에 잠식 당하고 있는 네이버의 개선 방향이나 대책 등을 질문했다.
네이버 측은 “주가 심려가 클 것으로 생각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라고 밝혔으나 “유튜브가 나왔을 때 경쟁 상황을 고려해 커머스를 선택한 결과 사업적 성장과 소상공인 생태계 구축을 잘 이루어냈다. 클립이나 치지직 서비스도 유튜브와 경쟁 속에서 저희만의 뾰족한 경쟁력에 대해 고민한 전략이다”고 말하며 서비스 출시 자체가 개선점을 만들어낸 결과라고 답했다.
한 주주는 “엔비디아와 네이버 주식을 동시에 구매했다. 엔비디아는 50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잇는 가운데 네이버는 상당히 유감스러운 수익률을 보인다”고 밝히며 “네이버가 생각하는 장기 성장 전략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최수연 대표는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광고와 커머스의 성장세가 높다며 앞으로 AI 기반의 B2B(기업 간 거래) 사업, 기술 수출이나 인수한 커머스 사업에 AI를 녹여 성과를 낼 전망이라고 답했다.
최수연 대표가 말한 커머스 사업은 최근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제기되었다. 이에 네이버 측은 아직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네이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네이버 쇼핑 모델 자체가 알리, 테무, 쿠팡 등과 같이 현재 이커머스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기업과의 직접 비교가 어렵고 파트너가 늘어나는 점은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불어온 열풍이 위기이자 기회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네이버의 광고 부서에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와 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을 앞둔 네이버 웹툰이 모회사인 네이버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웹툰이 적자를 내고 네이버 사업에 광고와 커머스 비중이 커 오히려 주가에 도움보다는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웹툰이 미국 상장 시 마케팅, 브랜딩 효과가 인지도 면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고 네이버 주가에 일부 반영되지 않던 가치가 창출될 것이라는 믿음 속에 결정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분할상장을 할 때 주주들에게 이익 배분을 검토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 김남선 CFO는 “신규 투자자들이 신규 자본에 투자하면 그 수혜가 네이버에 당연히 있다”고 말하며 “무상으로 주식을 공유하는 것은 법상으로 금지됐으므로 웹툰이 좋은 가격의 주식을 나타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기존에 자사주 보유 규모가 과하다는 지적을 의식해 지난해 자사주를 1% 소각했고 내년에 1%를 더 소각하면 최종 5%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3년간 자사주의 총 3%를 매년 1%씩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사주가 과하다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자사주 보유 비율을 5% 이내로 유지하기 위함이다.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온 정관 변경안은 이사회 결의로 배당을 받을 주주를 확정할 수 있는 기준일을 확정하고 이를 2주 전에 공고하는 것이었다.
이 안건이 통과되면서 네이버는 주주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제고 할 수 있게 되었다. 1년 사채 발행 건에 대해 이사회 포괄 결의로 대표이사에게 위임이 가능하도록 개정해 시장 상황에 따라 사채를 효율적인 시기에 빠르게 집행할 수 있도록 반영된 것이다.
한편, 네이버의 미래를 이끌어갈 AI 기술 우위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는데 최수연 대표는 “챗 GPT의 등장으로 AI가 결합한 검색엔진과 사업모델 변화에 대해 전 직원이 고민하고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클로바 X에 최신 정보가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있는데 이는 클로바 X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성형 AI 기반의 대화형 서비스가 가진 공동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덧붙여 “네이버의 AI는 학습된 지식 내에서 가장 최신의 정보를 제공하나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특히 AI모델이 가진 ‘환각(할루시네이션·AI가 사실과 구별하기 어려운 그럴듯한 거짓 정보를 생성하는 현상)’ 문제를 완벽히 해결한 서비스가 없는 만큼, 네이버도 도전을 이어가며 환각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도출하고 있다”고 네이버의 AI 전략에 대한 포부를 내비쳤다.
현재 네이버의 주가는 18만 8,900원으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1년 전 주주총회 당시 코스피 지수가 2416.96으로 현재보다 2,000포인트 이상 낮았지만, 당시 주가가 20만 7,000원을 기록한 것에 비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이 유지되는 가운데 네이버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효경 기자 hyooo@fastviewkorea.com / 사진=뉴스1, 네이버웹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