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한미그룹 임종윤, 임종훈 해임
I 법원, 장·차남 가처분 신청 기각
I 피보전권리와 보전 필요성 소명
[TV리포트=이효경 기자]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차남인 임종윤, 임종훈 형제가 한미약품 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을 무산시키기 위해 제기한 제3자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이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법 제31민사부의 부장판사 조병구는 26일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에 2,400억 원 상당의 신주를 발행하기로 한 사안에 대해 故 임성기 창업주의 장남과 차남인 임종윤, 임종훈 형제가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이다.
재판부에서 기각을 결정하기로 한 이유는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에 따른 판단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밝히기를 “주식회사가 자본시장의 여건에 따라 필요 자금을 용이하게 조달하고 이로써 경영 효율성 및 기업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본다.
제3자배정 방식의 신주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면, 그 신주 발행이 단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무효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경우 주식거래계약 이전의 채무자 차입금 규모와 부채비율, 신규 사업을 위한 자금 수요 특히 신약 개발과 특허 등에 투여돼야 할 투자 상황을 전반적으로 볼 때 운영자금 조달의 필요성과 재무구조 개선, 장기적 R&D 투자 기반 구축을 위한 전략적 자본 제휴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판단해 모녀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또한 상장법인의 특성상 주주 구성이 폐쇄적이지 않고 대규모 자금조달을 위한 신주발행의 규모가 상당히 클 수 있다는 점, 신주발행 가격에 대한 할인율 규제 등이 가해지고 이사의 지위와 책임이 더 엄격히 정해지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절차적으로 부합된 신주 발행 방식이라면 경영 판단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재판부의 판단에 앞서 열린 심문에서 양측은 한미그룹의 재무 상황에 대해 상반된 입장차를 보였다.
임종윤, 임종훈 형제 측은 한미사이언스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점을 들어 신주발행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재무구조가 위태롭다는 주장은 한미사이언스가 지난해 10월 1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한 결정과 모순된다고 꼬집었다.
이런 임 형제의 주장에 송영숙 한미약품 그룹 회장을 포함한 한미사이언스 측은 경쟁사보다 현저히 낮은 유동비율, 당좌 비율 등의 재무제표를 인용해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재무구조에 문제가 없다는 형제의 주장에 대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그리고 배당을 살펴보았을 때 재무 상태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제3자 신주발행의 핵심인 경영상 목적에 대한 입장도 현저히 달랐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OCI홀딩스와의 통합이 OCI그룹이 해외에 가지고 있는 상당한 네트워크로 한미그룹의 글로벌 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으나, 임 형제는 OCI와 한미그룹의 사업 영역이 완전히 다르고 사업상 이익이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25일 한미약품 그룹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를 3일 앞둔 시점에 임종윤, 임종훈 사장을 동시에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 측이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 중요 결의 사항에 대해 분쟁을 초래하고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야기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의 행동이 회사의 명예나 신용을 손상한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의 판결 소식이 알려지자 임종훈, 임종윤 형제는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에 대해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본안소송을 통해 위 결정의 부당성에 관하여 다투겠다고 예고했다. 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 임 형제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이들은 ”두 달이 넘는 동안 재판부의 고뇌의 시간을 존중하지만, 그 고뇌의 결과에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 법원은 이 사건 신주발행이 송영숙, 임주현의 채무자에 대한 경영권 또는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전했다.
가처분 결정의 당부와 별개로 법원이 인정했듯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신주발행 등에 관한 이사회의 경영 판단의 합리성과 적정성에 대해 주주에 의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사이언스의 주주총회는 오는 28일 진행될 예정이다. 주주총회를 통해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사이의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에 관해 관심이 주목된다.
이효경 기자 hyooo@fastviewkorea.com / 사진= 뉴스1,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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