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이순신 3부작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의상계의 대부’ 권유진 의상감독. 10년에 걸쳐 탄생한 대작 ‘명량’,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를 논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시대상은 물론 캐릭터의 특성을 반영한 의상을 통해 역사의 한 편으로 관객들을 초대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176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대한민국 역대 박스오피스 대기록을 수립한 ‘명량’, 2022년 여름 최고 흥행작이자 팬데믹을 뚫고 726만 관객을 모은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이 기획한 ‘이순신 프로젝트’를 매듭짓는 작품이다.
권유진 의상감독은 TV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제작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과연 가능할까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막상 작업을 해보니 실현 가능한 일이라는 걸 몸소 깨달았다. ‘노량’의 엔딩크레딧을 보면서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비로소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됐다”고 10년 여정의 소감을 밝혔다.
‘노량: 죽음의 바다’의 의상은 전작과의 연계성과 특성을 고려해 제작됐다. 준비 기간만 7~8개월, 이번 작품만의 특색을 위해 꼼꼼한 리폼 작업까지 동반됐다. 권유진 의상감독의 끈기와 집념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명량’ 제작 당시 그가 준비한 의상이 무려 1000벌 이상이라고 알려져 놀라움을 자아냈다.
“앞서 두 작품보다 훨씬 더 많은 갑주(갑옷+투구)를 제작했다. 특히 ‘명량’, ‘한산’에서 사용한 두정갑, 찰갑의 찰편을 모두 사용해 연결성을 강조했다. ‘노량’만의 특이점은 명나라와의 연계성이었다. 명나라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영화적인 상상을 바탕으로 조선후기 의장용으로 사용됐던 두석린갑을 차용했다. 후기 의장용 갑주와 차별화하기 위해 검은 쇠의 느낌을 살린 어린갑을 사용하는 디테일을 더했다. 의상의 재질이 철이라서 무게가 상당했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든 배우들에게 죄인이 된 마음이었다.(웃음)”
이번 작품 또한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다. 특히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처음 등장한 명나라의 갑주는 디자인보단 고증에 무게를 뒀다.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 ‘등자룡’은 실존 인물의 동상을 참고했고, 배우들의 개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의상을 구체화했다.
“일반 의상보다는 갑주가 가장 많이 나오는 작품이라 고증이 중요했고, 배우와 의상이 매칭되는지까지 계산했다. 명나라 수군으로 분한 정재영, 허준호 배우의 의상은 실제 인물의 동상과 인물도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순신 장군이 난관이었다. 세 작품 모두 훌륭한 배우들이 명품 연기를 선보이지 않았나. 배우들이 표현하는 이순신 장군을 더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이 뭔지 많은 고민을 했다. 디테일을 보는 재미도 있다. 세 작품을 비교하면, 이순신 장군의 갑옷에 달린 견룡의 디자인과 색상이 다르다. 지장, 용장, 현장을 나타내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다.”
1985년 임권택 감독의 ‘길소뜸’을 통해 의상감독으로 데뷔한 권유진 의상감독은 자타 공인 ‘의상계의 대부’로 불린다. 약 40년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최종병기 활’, ‘광해, 왕이 된 남자’, ‘국제시장’, ‘부산행’ 등 150편이 넘는 작품의 의상을 만들었다.
“의상은 작품의 10%만 도와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의상만 돋보이는 영화의상은 작품에 해가 될 뿐이다. 또 철저한 고증은 필수지만, 영화적인 상상력을 완전히 배제해서도 안 된다. 여러모로 드라마적인 의상을 만들어야 하는 거다. 지금까지 영화의상을 제작하면서 고증과 영화적인 요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다. 균형을 맞추는 게 그만큼 중요했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명량’부터 ‘노량’까지 기나긴 작업의 종지부를 찍었다. 드디어 졸업이다. 즐거웠고 영광이었다.”
한편, ‘노량: 죽음의 바다’는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본인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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