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영화에 담긴 n개의 화두 가운데 함께 나누고 싶은 재미를 선별한 리뷰입니다. 사심을 담아 고른 한 편의 영화 속 단 하나의 재미, 유일무비입니다.
신파를 피하려다 감동 포인트를 놓쳐버린 153분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연말을 장식할 기대작 ‘노량: 죽음의 바다’를 종합하면 형만 한 아우는 없다는 말이 걸맞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 노량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임진왜란 발발 7년 후 조선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왜군을 완전히 전멸함으로써 기나긴 전쟁을 끝내려는 이순신 장군의 강한 신념을 조명한다. 176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한민국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명량’과 그를 잇는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이순신 3부작의 매듭을 지을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역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이순신 장군의 고뇌와 집념, 뛰어난 전술을 생생하게 그려 매번 진한 감동과 여운을 안긴 김한민 감독의 역작으로 소개되는 이순신 프로젝트. 여기에 ‘명량’의 최민식, ‘한산: 용의 출현’의 박해일, 그리고 ‘노량: 죽음의 바다’ 김윤석까지, 명연기로 정평이 난 배우들이 이순신 장군을 분해 당대의 이야기를 전한다. 또 배우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등이 역사 속 인물에게 생기를 불어 넣는다. 탄탄한 라인업만으로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막상 공개된 영화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명량’이 선사했던 깊이 있는 감동이나 ‘한산: 용의 출현’의 쫄깃함은 찾아볼 수 없다. 전작 두 편을 떼내고 봐도 지루하고 밋밋하다. 노량해전이라는 스토리의 힘, 김한민 감독의 연출력, 화려한 배우진, 역대급 스케일이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153분 내내 삐걱댄다. 관객들이 기대하고 있는 해전 신을 포함해 영화를 클라이맥스로 이끌어줄 한 방이 ‘노량: 죽음의 바다’엔 없다.
역사적 사실을 담백하게 서술한 게 오히려 독이 됐다. 왜군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사망, 왜군의 철군, 이순신 장군과 명나라의 조명연합수군의 작전 등 노량해전이 발발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는 시간이 바닥에 붙은 듯 지루하게 전개된다. 재미없는 역사책 한 권을 줄줄 읽어 내려가는 느낌이다.
기다림 끝에 마주하게 된 해전엔 감동이 없다.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해전이라는 훌륭한 영화적 소재를 이렇게밖에 그릴 수 없었을까 싶다. 특히 전 국민의 눈물 버튼인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라는 희대의 유언은 “밥 먹었어?”로 들릴 정도로 감흥이 없다. 학창시절 노량해전을 배우면서 느꼈던, 지금은 희미해진 감동보다 덜하다. 그렇게 허무한 153분이 막을 내린다.
그럼에도 제작비 286억 원이 투입된 100분의 해전 신은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특히 명나라와 의기투합해 왜군 진영의 허리통을 끊는 이순신 장군의 전술과 하늘의 별처럼 쏘아 올렸다가 적군으로 날아드는 화살 등 화려한 전투신은 당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생생함을 선사한다. 조선, 명나라, 왜의 수장들이 펼치는 팽팽한 접전과 대립구도 또한 이 영화의 볼거리다.
무엇보다 왜군 최고 지휘관 시마즈 역을 연기한 백윤식, 명나라 수군 도독, 등자룡을 연기한 정재영과 허준호의 변신은 유의미하다. 각각 왜, 명나라 언어를 구사하며 극을 꽉 채운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오는 20일 개봉된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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