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JTBC ‘닥터 차정숙’의 재미 중 하나는 현실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문제를 다룬다는 데 있다. 드라마 속 허구의 세계와 실제 세상이 맞닿는 묘한 쾌감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지난 21일 ‘닥터 차정숙’에서는 차정숙(엄정화 분)이 남편 서인호(김병철 분)의 불륜에 대응하는 이야기가 전개됐다. 참다못한 차정숙은 서인호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서인호는 차정숙이 자신을 떠난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상간녀 최승희(명세빈 분)와의 헤어짐을 다짐한다.
차정숙은 남편 서인호와의 관계에서 더 이상 실망할 것이 없다는 듯 초연해졌다. 서인호가 아들 서정민(송지호 분)의 의료사고를 막기 위해 상간녀가 소속된 가정의학과로 책임을 전가한다. 이에 차정숙은 “자꾸 문제 삼으면 승희도 휘말릴 수 있다. 승희가 불쌍하다는 생각이든다”고 서인호의 부도덕한 행위를 지적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서인호는 자신의 편의를 위해 차정숙을 이용해 실망감을 안긴다. 서인호는 차정숙이 간 이식 수술 이후 받은 장애등급으로 장애인 전용 주차장을 이용한다. 전용 주차장에 주차된 서인호의 차량을 발견한 차정숙은 분노한다. 그는 서인호가 “요즘 같은 주차난에 장애인 자리에 주차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혜택인지 아느냐”고 물었던 지난날을 회상한다.
‘닥터 차정숙’은 스토리의 탄탄함과 더불어 곱씹어 볼 사회문제를 극에 녹여내고 있다. 매해 뉴스면을 장식하는 안타까운 의료사고와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한 장애인 주차증 문제 또한 우리 사회가 풀지 못한 문제들이다.
‘닥터 차정숙’은 극 초반 결혼 후 전업주부로 전향한 차정숙의 경력단절을 통해 우리 사회의 기혼 여성들이 직면한 고충을 다뤘다. 뒤늦게 레지던트로 병원에 입사한 차정숙은 적응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는다. 공백기를 딛고 다시 사회로 나간 여성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불륜은 최대한 현실적으로 그리되 권선징악의 서사로 통쾌함을 선사한다. 차정숙은 서인호의 불륜 사실을 알고도 쉽게 이혼을 결정하지 못한다. 현실에서도 불륜은 “이혼하면 그만이다”로 끝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차정숙의 경우처럼 자녀를 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상간녀의 뻔뻔함은 참지 않는다. 남편과 상간녀 사이의 혼외자를 두고 “네 딸의 불행은 네가 저지른 일의 대가”라고 사이다 발언을 남기는 차정숙이다.
일상에 맞닿아있는 소재로 공감까지 얻은 ‘닥터 차정숙’. 시청자가 차정숙과 함께 울고 웃는 이유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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