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드디어 아카데미 트로피를 받았다. 1993년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로 처음 후보에 오른 뒤 23년 만, 4전5기 끝에 이뤄낸 결과다.
28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LA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수상 여부였다. ‘길버트 그레이프’, ‘에비에이터’, ‘블러드 다이어몬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까지 총 4번 후보에 올랐으나 매번 고배를 마셔야 했던 디카프리오. 우스갯소리로 ‘온 우주가 염원하는 수상’, ‘아카데미의 흑인 차별, 여성 차별, 디카프리오 차별’이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로버트 드니로와 함께 출연한 영화 ‘디스 보이즈 라이프’로 세계 비평가협회 최우수조연상을 받으며 싹수를 보였던(?) 그는 ‘길버트 그레이프’로 갓 스무살을 넘긴 나이에 생애 첫 오스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후 ‘토탈 이클립스’, ‘바스켓볼 다이어리’, ‘로미오와 줄리엣’, ‘타이타닉’, ‘비치’를 통해 일약 하이틴 스타로 발돋움했다. 스타성에 안정적인 연기력까지 겸비했지만 화려한 꽃미남 외모에 묻힌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
디카프리오는 안정적인 스타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가시밭길을 택하기 시작했다. 마틴 스콜세지와 함께 한 ‘갱스 오브 뉴욕’, ‘에비에이터’, 디파티드’, ‘블러드 다이아몬드’, ‘셔터 아일랜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비롯,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제이.에드가’,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고:분노의 추적자’ 등 상업성보다는 작품성 위주의 영화로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갔다. ‘레버넌트’도 마찬가지. 날렵한 턱선에는 두툼한 나잇살이 붙었고 미간 주름은 짙어졌다. 디카프리오의 외모가 망가질수록 팬들의 시름은 늘어갔지만, 그의 연기력 만큼은 더욱 깊어졌다.
이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기립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에 섰다. 그는 “지구온난화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 인류 모두가 직면한 문제이기 때문에 전 세계 지도자들이 인류 모두를 위해 나서야 한다. 욕망의 잔치 속에서 목소리가 묻힌 이들에게 힘을 줘야 한다”는 소신발언으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26년 배우 인생에서 60개가 넘는 연기상을 받은 그이지만 유독 오스카 트로피와는 인연이 없었다. 오스카 트로피가 연기의 척도도, 배우 인생의 목표도 될 수는 없다. 툭 까놓고 말하자면 ‘레버넌트’에서 펼친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그의 일생 최고의 연기라 말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배우로 성장하기 위해 부단히 스스로를 담금질한 디카프리오의 노력이 인정받았다는 점에선 분명 반갑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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