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흑인을 위한 오스카는 없다고? 크리스 록이 자가당착에 빠졌다.
지난 2월 28일(현지시각)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흑인MC 크리스 록의 사회로 진행됐다. 독설 제조기로 유명한 그답게 오스카의 흑인 차별을 꼬집는 모놀로그로 시상식 오프닝을 장식했다. 문제는 흑인 인권을 외치던 그가 정작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성 농담으로 역풍을 맞은 것.
이날 크리스 록은 아카데미 시상식 투표를 관장하는 회계 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를 소개하겠다며 아시아계 어린이 3명을 무대 위로 불렀다. 크리스 록은 아시아계 어린이들에 대해 “미래에 훌륭한 회계사들이 될 세 분을 소개하겠다”라고 소개했다.
이는 아시아인들이 수학을 잘한다는 것과 아시아인 회계사들이 많다는 사실을 두고 비아냥거린 것. 크리스 록은 “내 농담이 불편하다면 스마트폰을 통해 트윗을 올려라. 물론 스마트폰은 모두 이 어린이들이 만든 것이지만”이라고 했다. 이 역시 아시아 노동을 비꼰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 등은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보랏’으로 유명한 사챠 바론 코헨 역시 “온몸이 노랗고 그곳이 정말 작은 그 사람들을 위한 상은 왜 없는거죠?”라면서 아시아인을 겨냥한 발언을 내뱉은 뒤, 이내 “미니언을 말하는 것”이라고 상황을 무마했다.
시상식 직후 드라마 ‘프레쉬 오프 더 보트’의 중국계 여배우 콘스탄스 우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어린 아이들에게 대사 한마디 할 기회도 주지 않고 인종주의적 농담의 대상으로 만들다니 역겹다”고 맹비난했다. 흑인 배우 제프리 라이트 역시 트위터에 “농담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크리스 록을 비난했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 신문방송학과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발표된 영화, TV프로그램 가운데 주요 캐릭터로 아시아인이 등장한 작품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인의 할리우드 내 입지를 짐작게 하는 수치다.
흑백논리에 빠진 크리스 록은 자신 역시 아시아인을 차별하는 실수를 범했다. 흑인의 인권을 역설하던 그였기에 이번 아시아 비하 농담은 더욱 씁쓸하고 불쾌하다. 참고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최근 8년간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홈페이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