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아베 총리 침묵..’어느 가족’의 본질적 문제 아닙니다.”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영화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공식 내한 간담회가 열렸다.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살아가는 가족이 우연히 길에서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함께 살게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태풍이 지나가고’ 등 가족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함께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 작품은 지난 5월 열린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앞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로 칸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야기라 유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바 있다.
‘어느 가족’은 일본 아베 총리가 황금종려상 축하 메시지를 전하지 않아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매번 문화, 예술인의 수상 소식에 공개적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했던 아베 총리가 ‘어느 가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일본 정치에 대해 소신 있는 발언을 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정부가 축하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영화의 본질과 상관 없는 문제라 생각한다. 국회에서 더 중요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 영화가 정쟁의 소재가 된다는 것은 불편하다. 영화를 둘러싼 더 본질적인 이야기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영화 외적인 이슈와 별개로 흥행 성적은 의미 깊다. ‘어느 가족’은 일본 현지에서 6월 8일 개봉해 ‘데드풀2’를 밀어내고 3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최고 흥행작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뛰어 넘고 300만 관객을 동원, 장기 흥행 중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데뷔 후 15년 정도는 일본에서 독립영화를 만들었다. 대규모 개봉을 한 적이 없다. 일본에서는 오리지널 작품을 갖고 대규모 개봉하는 것이 수월한 상황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오랫동안 꾸준히 해온 것이 이런 형태로 보답받는 것 같다”고 밝혔다.
매 작품 가족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해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좋은 가족, 가족의 형태에 대해 정의내리지 않으려고 한다. 가족은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억압적으로 가족에 대해 규정하지 않는 것이 좋은 자세가 아닐까 싶다. 그런 생각을 갖고 ‘어느 가족’을 만들었다”라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일본 영화계에 대한 감독의 문제 의식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 영화 산업은 점점 내향적으로 변하고 있다. 시각이 좁아지고 있는 것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감독처럼 멋진 선배들의 작품이 세계 시장에서 호평받은 바 있다. 과거 일본 영화 후광 효과 덕분에 지금의 일본 영화도 호평받고 있다. 이러한 경향이 지속되긴 힘들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어느 가족’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를 통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페르소나로 존재감을 드러낸 릴리 프랭키와 키키 키린이 출연해 깊이 있는 연기를 펼쳤다. ‘백엔의 사랑’, ‘데스티니:가마쿠라 이야기’의 안도 사쿠라는 이번 작품에서 속 깊은 엄마 노부요 시바타 역을 맡아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이 외에도 보석 같은 아역배우 죠 카이리, 사사키 미유가 다양한 스펙트럼의 감정 연기를 완벽히 소화해 감탄을 자아낸다. ‘아무도 모른다’ 야기라 유야,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마에다 코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니노미야 케이타 등 탁월한 디렉팅으로 아역 스타를 대거 발굴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력이 이번 작품에서도 진면목을 드러냈다.
‘어느 가족’은 지난 7월 26일 개봉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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