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지호 객원기자] 영화 ‘박열’의 이준익 감독이 일본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양국 영화의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일본 주요 일간지 중 하나인 아사히 신문은 11일 자 지면에 이 감독과의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매체는 이준익 감독에게 ‘암살’, ‘귀향’, ‘덕혜옹주’, ‘군함도’ 등 2015년 여름 이후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한국 영화의 개봉이 잇따르는 이유를 물었다.
이준익 감독은 “한국은 식민지 시대의 상처를 지금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수동적으로 근대화됐고, 전후도 길게 경제적으로 일본에 종속됐다. 전쟁 후 70년이 지났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과거를 묻게 됐다. 영화인에게 있어서 이 시대를 소재로 하는 것은 한국의 근대화나 이에 연동되는 현대의 불충분한 부분을 새로 바라보는 작업이다. 개인의 취향이 아닌 역사적 흐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매체는 최근 한국에서 역사를 소재로 한 창작 작품이 유행하고 있고, 이에 일부 역사가들이 “역사 인식에 혼란을 준다”고 비판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준익 감독은 역사 왜곡의 대표적 예로 미국의 서부극을 들었다.
그는 “영화사에서 역사 인식을 가장 왜곡하는 것은 미국의 서부극이다. 백인은 좋은 사람, 원주민은 나쁜 사람으로 그려 원주민 학살을 정당화하고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도 그 문화를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예컨대, 전쟁을 다룬 일본 영화는 가해자로서의 관점은 적고, 피해자 의식만을 강조해 ‘피해자 코스프레’로 느껴지는 작품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국 관객은 영화의 내용을 모두 사실로 받아들일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 역사 인식이 혼란해진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고 언급했다.
매체는 인터뷰 말미에 식민 시대 소재 영화를 본 한국 젊은이들이 일본에 악감정을 가질 가능성이 없는지 물었다. 이준익 감독은 “가능성이 없다고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는 일본의 과거 역사나 역사 인식에 대한 것이며, 현재 일본인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젊은이들은 애니메이션을 포함해 일본 문화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 나 또한 유니클로에서 옷을 입고, 소니 제품을 좋아한다. ‘일본인은 악이며, 한국인은 선이다’ 혹은 그 반대라는 사고방식은 아니다”고 답했다.
이 감독은 최근의 한일관계 악화가 도리어 호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로의 불만을 정면으로 논의해 새로운 논의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현안을 숨겨도 (관계가) 나빠질 뿐이다. ‘박열’은 일본과 한국이 화해하는 계기가 될 영화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상영될 것을 의식하고 만들었다. 특히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은 한국인 배우 채희서의 일본어 대사는 완벽하다”면서, “일본에서도 상영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지호 기자 digrease@jpnews.kr / 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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