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예나 기자] 마치 평행이론을 보는 것 같다. 세 곡이 얽혀있다. 하나가 하나를 닮았고, 그 하나가 또 다른 하나를 닮았단다. 지구가 둥글어서 돌고 돌면 만난다더니, 노래도 그런건가.
가수 선미가 2018년 1월 ‘주인공’이 될 것을 자신했다. 지난해 8월 ‘가시나’ 열풍이 미처 사그라지기 전에 선미는 흐름을 이어가고 싶었겠지. ‘가시나’ 때 호흡을 맞췄던 프로듀싱팀과 또 작업했다. 이름만으로 유명한 YG엔터테인먼트 산하 ‘더블랙레이블’과 함께.
선미는 ‘가시나’로 얻은 관심을 ‘주인공’으로 그대로 옮겼다. 그리고 발매직후 차트를 석권했다. 대외적으로 선미는 성공한 컴백이었다. 하지만 한쪽에서 스멀스멀 어둠의 기운이 올라왔다. 선미의 곡이 팝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자꾸 커졌다.
선미의 ‘주인공’과 비교되는 곡은 2009년 영국가수 셰릴 콜(Cheryl Cole)이 발표한 ‘파이트 포 디스 러브(Fight for this love)’다. 이 곡은 당시 셰릴 콜의 타이틀곡으로 더 주목받았다. 왜냐, 이곡 역시 표절설 논란으로 뭇매를 맞았기 때문.
셰리 콜의 ‘파이트 포 디스 러브’은 미국 그룹 케이시 앤드 조조(K-Ci & JoJo)가 1997년 내놓은 ‘올 마이 라이프(All My Life)’와 음악 팬들의 대조 과정을 거쳐야 했다.
세 곡을 시대순으로 들으면 점차 비트가 빨라진다. 1997년 곡보다 2009년 곡이 더, 2009년 곡보다 2018년 곡이 더. 장르도 분위기도 다르다. 하지만 곳곳에 닮아있는 부분은 존재한다.
음원차트 점령에 날벼락처럼 ‘표절설’ 타이틀이 붙은 선미의 ‘주인공’과 셰릴 콜의 ‘파이트 포 디스 러브’는 얼마나 닮았을까. 표절설을 거론한 이들이 주장하는 파트의 코드 진행를 살펴봤다. 중요한 건 두 곡이 ‘똑같다’가 아니라 ‘흡사하다’, 코드 진행을 비교하면 비슷한 건 맞다. 하지만 일치하진 않는다.
선미는 이번 컴백을 위해 다양한 레퍼런스를 진행했다. 쇼케이스를 통해 직접 언급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 와중에 좋았던 아이템이나 소스를 발견, 차용했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 표절을 노린 건 아닐 것으로 여겨진다. 설마 12년차의 가수가 이런 어마어마한 사고를 저질렀을까.
선미는 ‘가시나’에 이어 ‘주인공’도 같은 프로듀싱팀에게 곡을 받았다. 테디를 필두로 구성된 프로듀싱팀으로 선미의 음악을 전담하고 있는 상황. 테디(TEDDY)와 24가 곡을 쓰고, 24가 편곡을 맡았다. 선미는 테디와 함께 가사를 썼다. 가사는 멜로디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 멜로디는 편곡에 의해 얼마든지 변주된다.
작가들 사이 음악 작업시 선호되는 코드가 있단다. 듣는 순간 대중의 귀에 꽂혀 히트가 예상되는 ‘머니 코드(Money Code)’. 하지만 선미의 곡에 표절 멜로디라고 꼽힌 부분은 그리 익숙하지 않다. 그렇다면 테디와 24는 왜 이런 코드를 썼는지, 의문을 해소해 줄 필요가 있겠다. 그 계기로 선미의 억울함도 풀어주고.
세 곡이 10여년 차이를 두고 발표됐다. 표절설이 불거질만큼 각각 닮아있다는 목소리가 모였다. 미국, 영국, 한국이 선호하는 음악코드는 닮았던 걸까. 참 신기하다.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사진=각 앨범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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