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방(송은)방(송으로)봐.” 재미있자고 하는 거니 과몰입하지 말라는 뜻의 신조어다. 그런데, 자폐인 캐릭터인 우영우를 따라하는 영상에 “콘텐츠는 콘텐츠로 봐”라고 방어하는 게 맞는 걸까?
5만 구독자를 보유한 한 유튜버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박은빈이 연기하는 캐릭터 우영우의 말투를 따라하는 숏츠 콘텐츠를 찍어 유튜브와 틱톡에 게재했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이고 캐릭터이니, 발 빠르게 패러디 콘텐츠를 만들어 구독자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영상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장애인 희화화라는 지적과 비판이 이 유튜버를 향해 쏟아졌다. 유튜버는 대중의 지적을 받아들여 영상을 내리는 대신, 장문의 입장문을 적고 영상은 그대로 두는 것을 택했다.
다음은 해당 유튜버 입장문의 일부다.
“‘우영우’를 따라하는 건 괜찮은 걸까? 여기서부터는 가치관의 차이로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자폐증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친근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이 자폐증상을 앓고 있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선한 마음으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낸다고 봤고, 그로 인해 이런 비슷한 말투를 가진 사람들에게 이상한 눈빛이 가기보단 ‘우영우’를 먼저 떠올리게 하고, 자연스럽게 호감이 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우영우를 연기한 박은빈은 앞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이 작품을 여러 번 고사한 데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고 어느 하나 거슬리지 않고 잘해낼 수 있을지 두려웠다”고 말했다. 감독이 말한 ‘소수자들에 대한 감수성’이 학습되지 않은 아이들이 무분별하게 자폐인의 행동과 말투를 따라하고, 개인기랍시고 방송에서 자폐인 흉내를 내고, 이로 인해 누군가 상처를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배우가, 그리고 대중이 우려한 부분은 결국 현실이 됐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에 유인식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자폐인들을 비롯한 소수자들에 대한 감수성, 착한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드라마 만드는 사람들이 가진 선입견보다 훨씬 크게 대중의 마음 속에 이미 자리 잡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하고, 그 또한 기쁜 일이다”라고.
‘맨발의 기봉이’ ‘말아톤’ ‘7번방의 선물’ 대사를 따라할 때와는 세상이 달라졌다. 성별, 성소수자, 장애인, 인종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상처 받으며 세상을 버텨온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것이 감독이 말한 ‘소수자들에 대한 감수성’이다. 순수한 마음에 모르고 따라하는 아이가 있다면 잘못된 것이라 가르쳐야 하고, 트렌드를 따르려다 놓친 게 있다면 잘못임을 인지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감수성도 지능인 시대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유튜브, 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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