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대구 수성구 실내 동물원
I ‘동물원 수족관법’ 시행 전
I 현행법상 동물은 사유재산
[TV리포트=한하율 기자] 최근 문을 닫은 민간 동물원의 모습이 공개되었는데 일부 동물들이 방치된 상태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 충격이다.
지난 1일 MBC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영업을 하지 않는 대구 실내 동물원에 원숭이, 사자, 하이에나를 비롯한 270여 마리의 동물이 남아 사람이 오지 않는 동물원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수성구에 있는 실내 동물원은 관리비 체납으로 인해 최소한의 전기만 공급되는 상황이다. 유리창을 통해 방치된 동물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사자는 다리와 복부 등 온몸 곳곳에 상처가 나 있었으며, 멍한 표정으로 한 곳만 응시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관리비 체납으로 인해 난방 공급이 되지 않자 여우원숭이, 미어캣과 같은 따듯한 지역에 사는 동물들은 서로를 껴안아 체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스트레스 증상 중 하나인 ‘정형 행동’을 보인 동물들의 모습도 포착할 수 있었다.
해당 동물원의 관할 지자체인 대구시는 동물원이 휴업에 들어간 뒤 7차례나 현장 시찰을 했다고 밝혔지만, 동물들이 사는 환경에 대해 ‘별 다른 특이 사항이 없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 2월 한국 동물원 수족관수의사회가 휴업 중인 대구 실내동물원에 방문해 진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동물원은 복합쇼핑몰의 지하에 있다. 현재 관리인 1명이 동물의 먹이를 책임지고 있으나 분변 관리와 같은 기본적인 관리마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수의사회는 지난 방문 당시 동물원 사업주가 진료를 허락한 동물을 먼저 진료했는데 부리가 부러진 코뿔새와 안과 질환을 앓고 있는 부엉이, 한쪽 눈을 실명한 올빼미, 복부와 다리에 붉은 상처가 드러난 사자 등을 치료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동물원에 남은 220여 마리의 동물들은 올해 안으로 이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물원 사업주가 내년 초 경북에 완공되는 한 법인의 동물원으로 동물들을 모두 기증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먼저 진행되어야 할 사안이라 여겨지는 동물원에 남아 방치되고 있는 동물들에 대한 임시조처 역시 어렵다. 동물이 사유재산으로 취급되어 주인의 동의 없이는 구조를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동물원의 사업주가 경북의 한 동물원에 동물을 기증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동물들이 더 나은 환경을 갖춘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비쩍 마른 몸 때문에 ‘갈비 사자’라고 불렸던 바람이를 방치한 ‘부경 동물원’ 역시 이 사업주가 운영하던 곳으로 알려져서 충격이다. 바람이의 경우 청주 동물원으로 이동해 현재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바람이의 딸로 알려진 사자를 포함한 10여 마리의 동물들이 여전히 부경 동물원에서 지내고 있다. 실제로 부경 동물원에 있던 뱀 2마리는 보도를 통해 알려진 수성구에 있는 대구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이런 상황 탓에 부경 동물원에 방치된 동물들은 현재 청주 동물원으로 보내기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동물원의 사업주가 주장한 경북에 생기는 동물원의 장소가 고령이라는 사실을 MBC 취재팀이 알아냈는데, 고령에 직접 문의한 결과 현재 건설 중인 동물원이 없으며 허가 신청 서류조차 접수된 게 없다고 밝혀 충격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구 테마파크 동물원 내의 동물들이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기 전까지 사업주와 관계기관이 지속해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동물 보살핌에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해당 소식을 들은 누리꾼들은 “동물원 자체가 학대의 표본”, “저런 사람이 동물원을 하냐”, “동물의 표정이 너무 슬프다”, “동물 보호를 위한 법이 더 실효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동물원 수족관 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야생동물 특성에 맞는 서식 환경’을 조성하도록 하는 허가 요건이 강화되었으나 세부 내용이 여전히 미흡하고, 동물원 수족관 법 시행 전에 만들어진 동물원의 경우 법의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등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한하율 기자 content_2@tvreport.co.kr / 사진=MBC,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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