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현욱 기자] 작년까지만 해도 조만간 전기차가 시장을 지배할 듯한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요즘은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올해 1~2월 전기차 판매량은 2,772대로 전년 동기(1만 9,317대)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전기차 살 사람은 이미 다 샀다”는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내연기관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은 공감을 얻는다. 예상보다 심각한 전기차 부진에 완성차 업계 전반이 비상인 가운데 렌터카 업계가 의외의 제안을 해 주목받는다.
지난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메이저 렌터카 업체 중 한 곳인 SK렌터카는 일부 완성차 제조사에 ‘바이백’ 계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백이란 일정 기간과 가격을 정해놓고 중고 전기차를 되사가는 구매 방식을 이른다. 그간 SK렌터카는 현대차그룹은 물론 BMW, 벤츠, 폴스타, 테슬라, 쉐보레 등 여러 브랜드의 전기차를 도입해 왔다.
SK렌터카가 이 같은 제안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점유율 2위인 해당 업체는 1위 롯데렌탈보다 적극적으로 전동화 전환을 추진해 왔다. 렌터카 업체는 대여료뿐만 아니라 일정 연식에 도달한 렌터카를 중고차로 매각해 수익을 얻기도 한다. 감가상각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완성차 업계도 이해관계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고차 시세는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로 제조사들이 가격 인하 경쟁에 돌입했고 전기차 시세도 자연스레 폭락 중이다. 이에 위기를 느낀 SK렌터카가 중고차 시세 방어를 위해 완성차 업계에 손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SK렌터카는 지난 2022년 7천여 대의 전기차를 구매한 바 있다. 전체 도입 차량의 20%에 달하는 비중이다. 하지만 작년에는 10%로 전기차 비중을 줄였다. 업계 평균은 5.2% 수준으로 13%였던 전년도 대비 크게 줄었다. 2021년에는 92%, 2022년에는 60%에 달하는 증가율을 기록했던 것과 크게 대조된다.
한편 업계는 시세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자 전기차 추가 도입을 망설이는 렌터카 업계가 협상력 측면에서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전기차 비중이 높은 완성차 제조사일수록 렌터카 업체 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외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리스 업체 아이벤스(Ayvens)는 전기차 제조사에 바이백 조항을 넣은 계약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감가 반영한 렌트비로 수익을 낸 거 아닌가?”. “시행착오의 대가가 너무 크다”. “유행에 휩쓸리는 게 이렇게나 안 좋음”. “어떻게 될지 예상 못 했나?”. “렌터카 업체가 큰손이라 제조사들도 쉽게 거절 못 할 듯”. “전기차는 렌터카로도 안 타고 싶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박현욱 기자 content_1@tvreport.co.kr / 사진 = SK렌터카, 뉴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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