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더 램프 제작)는 사람의 이야기다. 총성이 오가던 1980년 광주의 한 복판에서도 사람답게 살고자 했던 사람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중심에 송강호가 있다. 아내 없이 홀로 딸을 키우는, 월세 10만 원이 밀려 전전긍긍하는 택시 기사 만섭을 연기한 송강호는 ‘택시운전사’에 사람 냄새를 불어넣으며 관객의 마음을 훔친다.
‘의형제’ 이후 두 번째로 송강호와 호흡을 맞춘 장훈 감독은 배우에 대한 무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연출자로서 제 영화를 보고 울기란 쉽지 않은데, 이번 ‘택시운전사’의 송강호 연기에는 눈물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고.
“대중에게 친숙하고 인간적이고 편안한 선배님(송강호)의 모습 이면에 한편으론 예술가로서 엄청난 예민함과 노력이 숨어 있어요. 본인 연기의 최고점을 매 순간 넘으려 부단히 노력해요. 와, 이번엔 또 저 경지까지 도달하는구나. 작품마다 보이는데, ‘택시운전사’에서도 마찬가지였죠.”
장훈 감독이 눈물 흘린 송강호의 명장면은 극 중 만섭이 지옥 같은 금남로를 바라보며 오열하는 대목. 예고편에도 쓰인 이 장면에선 송강호라는 국민 배우가 지닌 연기 구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지고 코끝이 매워진다.
“정말 대단한 건, 선배님이 오열하며 바라보는 쪽엔 실제론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금남로 장면과 따로따로 찍어 붙였으니까. 공터를 바라보며 그런 감정이 나온다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저도 모르게 선배님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게 되더라니까요.”
자연스럽고 동물적인 연기 리듬의 송강호는 매 테이크 다른 연기를 보여주기로 유명하다. 전부 애드리브냐고? 천만의 말씀. 가령 스무 테이크를 보여줬다면, 이 스무 테이크 모두 철저하게 계산하에 준비된 연기라고.
“선배님은 모든 연기 고민을 다 끝내고 현장에 오시더라고요. 그 고민의 순간을 다른 이에게 보여주지 않으세요. 늦게까지 촬영 끝나고 숙소 들어가 고민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또 고민하고. 현장에서는 마냥 개구쟁이처럼 웃으면서 스태프들과 어울리시고. 그러다 카메라 돌아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시고. 신기할 정도예요.”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택시운전사’ 스틸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