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배우 김주혁은 그럴싸한 말로 자신을 포장할 줄 모른다. 유일한 취미라고는 오로지 예쁜 옷 입기와 운동. 일상 대부분의 시간을 ‘연기 잘하는 방법’ 궁리하는 데 쏟는다. 낯가림 심하고 인간관계가 깊고 좁기로 유명한 그이지만 유독 카메라 앞에서만큼은 눈빛이 빛난다.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김주혁의 번뜩이는 집중력이 돋보인 작품. 해방 후 경성, 유일한 증거는 잘려나간 손가락뿐인 의문의 살인사건을 그린 이 작품에서 경성 최고 재력가 남도진을 연기한 김주혁은 영화 시작 1시간 만에 등장해 섬뜩한 존재감으로 작품을 이끈다.
남도진은 부와 명예, 명석한 두뇌까지 갖춘 경성 최고의 재력가다. 완벽해 보이지만 출신이 분명치 않고 베일에 싸여 있어 소문이 끊이지 않는 캐릭터. 김주혁은 반전과 복선으로 똘똘 뭉친 이 쉽지 않은 캐릭터를 섬세하면서도 차분한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 다음은 김주혁과 일문일답
-영화 시작 1시간 만에 등장한다.
덕분에 부담감이 컸다. 중간에 확! 임팩트를 주며 등장해야 하니까. 멋있고 강렬하게 등장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고민이 많았다.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아 다행이다.
-첫 악역 도전이었다.(‘석조저택 살인사건’이 ‘공조’보다 먼저 촬영됐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사이코패스 악역이고 ‘공조’는 스스로를 혁명가라고 생각하는 악역이었다. 연기하기에는 ‘공조’가 더 편했다. 내가 사이코패스를 온전히 이해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사이코패스와 CEO의 성향이 비슷한 점이 많다더라. 내가 하는 행동이 정답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죄의식 없이 동판과 돈에 집착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다.
-그러고보니 ‘공조’에서도 동판에 집착했다. 이쯤되면 동판집착남 아닌가
으하하. 우연히 그렇게 됐다. 어쩌다 이렇게 됐나 싶다.(웃음) 그렇다고 동판 때문에 작품을 안 할 순 없잖나. 하하.
-문성근이 “광고 떨어질까 봐 악역 기피하는 배우들이 불편하다”라는 발언을 했다. 동의하는가
어차피 난 끊길 광고가 없다.(좌중폭소)
-연이어 악역을 연기한 게 ‘1박2일’ 구탱이 형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봐도 되나.
오히려 그건 정말 위험한 생각이지. 예능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이 악역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쩌나. ‘공조’ 때 가장 큰 걱정이 바로 그 지점이었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는 4개 국어에 피아노까지 연습해야 했다.
외국어는 촬영 전까지만 고민과 연습을 거듭하지, 막상 카메라가 돌아가면 연기가 우선이다. 발음이나 문법보다 연기만 신경 쓰게 된다. 다만, 피아노는 조금 아쉽다. 피아노 장면을 위해서 전자 피아노까지 사서 연습했는데 그렇게 편집될 줄이야. 물론 지금은 전원도 안 켜고 있지만.
-평소 본인 기사를 잘 안 찾아본다고.
마음이 약하다. 심장이 떨려서 악플 못 읽겠다. 내 기사뿐만 아니라 다른 일에도 크게 관심 없다. 자랑 같지만 하루의 꽤 많은 시간을 연기를 어떻게 하면 잘할까 고민하며 보낸다. 지금도 기자님 한 분 한 분을 살펴보며 다음에 연기할 때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 중이다.
-배우는 섹시해야 한단 얘길 했다. 어떤 뜻인가
외향적인 것뿐만 아니라 많은 고민을 할 때 나오는 섹시함이 있다.
-최근 몇 년 간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연기를 향한 의욕이 불타오르고 있다. 더 발전할 수 있겠단 기분이 드니까 이 감을 떨어트리고 싶지 않다.
-작품 선택 기준이 있나.
나는 무조건 시나리오. ‘석조저택 살인사건’ 역시 시나리오가 탄탄해서 출연했다. 시나리오가 너무 쉽게 읽혀도, 너무 어렵게 읽혀도 안 된다. 이걸 그림으로 찍을 때 어떻게 나올지 상상하며 읽어야 한다.
-홍상수 감독(‘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은 시나리오가 당일에 나오잖아.
맞다. 그런데, 감독님 글 정말 좋다. 예술이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님 얘기는….
-연기 외적으로는 옷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내 취미이다. 사실 난 전문용어도 모른다. 옷가게 가면 ‘남방 하나 보여줘 봐’, ‘저 회색 옷, 곤색 옷 보여줘 봐’ 이런 식이다. 전문용어로 말하면 못 알아듣는다.
-몸 관리도 철저하게 하기로 유명하다.
하루에 한 끼 먹고 매일 운동한다. 내가 보기엔 이건 중독이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거든.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내가 원하는 핏으로 못 입을 때 가장 속상하다. 디올이 애들 다 망가트렸다.(좌중폭소) 옷이 예쁘려면 바짝 말라야 한다.
-이유영과 공개 열애 중이다. 결혼은 언제쯤 할까
할 때 되면 하겠지. 아니, 할 때는 지났다. 배우를 해서 그런지 난 내가 40대 중반이란 느낌이 없다. 30대 중반 같다. 요즘엔 예전보다 10년 정도 젊은 느낌이다. ‘서른 즈음에’라는 생각이 40대에 든다. 확실히 나이 앞에 숫자 4가 붙으면 달라지긴 하더라. 컨디션도 예전 같지 않다. 그래서 더 운동을 하나 싶기도 하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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