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조혜련 기자] ‘녹두꽃’ 최원영이 신념과 체면을 지키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아픔을 외면해야만 했던 사대부의 딜레마를 깊이 있는 감정 연기로 쏟아내며 시청자들에게 진한 먹먹함을 선사했다.
지난 29일 방송된 SBS 금토 드라마 ‘녹두꽃-사람, 하늘이 되다’(이하 ‘녹두꽃’)에서는 일본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근왕병을 이끌고 참전을 결정하는 황석주(최원영)의 모습이 그려졌다.
황석주는 박원명(김하균)에게서 거병을 요청하는 전하의 밀지가 있었다는 소문을 들은 뒤 양반들 역시 군사를 일으켜 싸우면 된다며 향청 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양반들을 모은 뒤 “사대부를 자처하는 우리가 어찌 누란의 위기에 처한 종묘사직을 외면할 수 있겠느냐? 전봉준의 무리마저 척왜를 부르짖으며 거병을 했는데, 일신의 안위만을 도모한다면 장차 무슨 낯으로 조상의 위패 앞에 설 수 있겠느냐?”며 근왕병을 일으켜 왜적과 맞서 싸울 것을 주장했다.
황석주는 자신의 여동생인 황명심(박규영)에게 출정 사실을 알리며 사대부로서의 고결함을 잃었던 지난 시간에 대한 자기반성을 털어놨다. 황석주는 나라의 존망이 걸린 일로 양반이라면 전쟁에 나서야 한다면서도 황명심이 위기에 빠지면 집강소로 피하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너를 지켜줄 곳이라고는 집강소밖에 없다”며 “내가 이처럼 한심하고 참담한 인간”이라며 자조 섞인 목소리를 냈다.
이어 황석주는 “진짜 양반이 되고 싶어서 고부의 근왕병을 이끌고 삼례로 갈 것”이라며 “제자를 전쟁터를 보내고, 법도에 얽매여 늑혼을 당한 여동생의 고통을 외면하는 그런 금수만도 못한 양반놈과 싸우기 위해서다. 해서 이 황석주의 자존심 그리고 명심이 너를 지키고자 함이다. 살아 돌아온다면 좋은 오래비로 살 것”이라는 자기반성과 회한의 고백을 쏟아냈다.
최원영은 사대부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부러질지언정 구부러지지 않는 황석주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섬세한 감정의 완급조절로 그려냈다. 사대부의 신분인 황석주가 조선 시대 체제의 전복을 원하는 동학군과 힘을 합치기로 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
최원영은 사대부의 법도와 체면을 지키기 위해 제자를 전쟁터로 내몰고 동생의 가슴앓이를 외면해야 했던 현실의 복잡다단한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이끌었다.
‘녹두꽃’은 매주 금, 토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조혜련 기자 kuming@tvreport.co.kr/ 사진=SBS ‘녹두꽃’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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