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조혜련 기자] 사람 냄새나는 법정, 민사 44부의 공감력이 안방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지난 18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문유석 극본, 곽정환 연출) 8회에서는 중증 우울증에 걸린 직장인과 회사 간의 소송, 양육권 항소 재판이 열렸다.
직장 스트레스로 자살을 시도한 이영수의 부모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영수의 일기를 바탕으로 조정은 진행됐다. 일기 속에는 1등 기업을 향한 회사의 만행부터 부모의 엇나간 사랑까지 이영수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임바른(김명수)은 “타인의 내면을 읽는다는 게 더 힘들다.”라며 무거운 마음을 내비쳤다. 냉철하게 사건을 바라보던 평소와 다르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었다. 임바른 역시 ‘집안의 기대’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왔기에 부모의 성화에 원치 않던 삶을 살게 된 이영수에게 공감하고 있었던 것.
남다른 마음으로 사건을 바라봤던 임바른은 “여기 계신 모든 분이 공범”이라고 말했다. 회사에는 재판으로 책임을 가릴 것이라고, 가족들에겐 이영수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진정성 있는 판결을 내렸다.
양육권 항소 소송에서는 고아로 자란 원고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이 악물고 돈을 모으는 것이었지만 정작 가족들 곁에는 없었다. 결국 외롭게 방치됐던 아내의 외도로 이혼을 하게 됐다.
가족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있는 원고는 시골에서 과수원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양육권 항소 소송을 열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한세상(성동일)은 “아무 잘못 없는 남편이 왜 애를 뺏겨야 하나”라며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한세상은 아빠를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 아이들의 시간을, 시골에 가서 사는 것은 원고의 꿈일 뿐이라는 것을 한세상은 알고 있었다.
결국 한세상은 “원고 미안하다. 원고의 고통 때문에 아이들의 세계를 지켜줄 마음의 여유까지 잃은 것 같다. 법이 원고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법보다 현명한 시간의 힘이 가정의 상처를 치유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같은 아버지로서 그리고 인생 선배로서 뭉클한 판결을 선사하며 항소를 기각했다.
두 개의 다른 사건에는 부모의 엇나간 사랑이라는 공통점이 담겼다. 지나친 사랑은 지독한 독으로 변했고, 일방적인 사랑은 아이들의 세계를 배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차오름은 두 사건이 마무리가 된 후, 외로이 오열을 했다. 곁에 있는 엄마를 하루하루 잃어가고 있는 박차오름은 최소한 죽도록 사랑해주는 부모가 옆에 있는 이들에 부러움을 느낀 것. 박차오름의 가슴 아픈 눈물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이날 민사 44부는 냉정하게만 느껴졌던 판사의 틀을 깨고 인간美 넘치는 모습과 공감을 무기로 사람 냄새나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최고의 판결은 아닐지언정 최선의 판결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듣고, 고민하는 ‘민사 44부’의 진정성은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힘이기도 하다.
‘미스 함무라비’는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조혜련 기자 kuming@tvreport.co.kr/ 사진=JTBC ‘미스 함무라비’ 캡처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