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은정 기자] 요트원정대가 거센 파도 앞에 굴복했다.
21일 오후 방송된 MBC에브리원 ‘요트원정대’에서는 진구, 최시원, 장기하, 송호준이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는 망망대해 속 극한 상황에서 회항을 선택했다.
이날 모든 선원들이 거친 파도에 멀미로 쓰러진 가운데 김승진 선장만이 멀쩡한 모습으로 배 여러곳을 누볐다. 김 선장은 흔들리는 배 위를 평지처럼 편안하게 다니며 선원들을 위한 요리를 준비했다. 메뉴는 ‘토마토 소고기 달걀국.’ 장기하도 놀란 이 음식에 대해 김 선장은 “나도 처음 해보는 요리”라고 말했다.
심한 뱃멀미로 모두 고생하고 있었지만 “토하더라도 먹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선원들은 김 선장의 요리를 맛있게 즐겼다. 유난히 뱃멀미로 고생하던 막내 최시원까지 벌떡 일어나 파도와 싸우며 김 선장의 음식을 먹었다. 특히 시원은 배 위로 올라오자마자 진구의 컨디션을 챙기는 훈훈한 모습을 보였고, 장기하는 그런 시원을 보살피며 동료애를 보였다.
최시원은 “계속 이런 파도가 지속되느냐”며 상황을 걱정했다. 김 선장은 “누구나 이런 파도를 처음 겪으면 힘든 법”이라며 선원들을 다독였다. 그러면서 “이런 강풍은 다신 없을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매서운 파도에 진구는 “늦어도 이런 강풍은 없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무서운 자연의 변화에 장기하는 “처음에는 그냥 배타고 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닌 것 같다”고 솔직한 소감을 전했고, 진구는 “한 순간도 만만한 적이 없다”며 동의했다.
항해 5일 차가 되자 이들은 더욱 하나된 모습을 보였다. 대원들은 배 앞쪽에 다른 불빛이 보이자 바로 김 선장을 호출했다. 그리고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난관을 돌파했다. 늦은 밤 진구는 시원과 기하 앞에서 “이게 내 진짜 모습이다. 말 많이하고 남 눈치 많이보고. 카메라 앞에서 이런 모습이 처음이라 너무 어색하더라. 많이 내려놨다”고 속 마음을 털어놨다. 이에 장기하는 “형이 어느 순간은 편안해 보이고, 어떨 때는 불편하게 보일 때도 있더라”며 낯선 경험에 힘들어하는 진구 곁을 지켰다.
항해 7일 차에는 엄청난 비바람이 배를 흔들었다. 오디오 감독도 뱃멀미에 제대로 일을 할 수 었을 정도였다. 인터뷰에서 진구는 “배가 흔들리면서 소금기 때문에 옷이 살에 달라붙었다. 20일이나 항해를 하겠다고 나온 사람이니 찝찝함을 버텼다. 비가 오면서 저절로 세탁이 됐고, 염분이 빠지니 상쾌해졌다. 그런데 바람이 세지니까 추위가 오더라. 근데 긴팔 긴바지를 안 챙겨가서 너무 서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강풍에 배가 휘청이는 상황에서도 식사당번 장기하는 “사람들이 굶을 수는 없잖냐”면서 간편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불을 사용할 수 없으니 생식 햄과 포장을 벗긴 치즈를 얹고 깻잎을 얹은 정도의 샌드위치였다. 진구는 “내 인생 최고의 샌드위치”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장기하는 “요트가 기울어진 상태에서 배달을 했다. 맛있다고 말해줬는데, 내가 먹어보니 맛이 없더라. 명백히 맛없는 걸 ‘최고의 샌드위치’라고 해주더라”며 울컥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공포스럽기까지 한 상황에 최시원은 “정말 파도가 셌다. 5m 파도가 넘실거렸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건 괜찮은데 좌우로 흔들리면 시선이 바뀌니까 너무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최악의 날씨에 김 선장은 항로 변경을 결정했다. 강풍에 지원선과도 연락이 되지 않았지만, 대원들은 지시에 따라 빠르게 태깅을 진행했다.
거센 파도에 진구는 “파도는 참을 뿐 극복은 안 된다”고 말했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최시원은 젖은 옷을 다시 입으려 했고, 그 순간 배가 요동치며 뒤로 밀려났다. 그런 시원을 앉아있던 장기하가 안전하게 받아줬다. 장기하는 그런 상황에 대해 “말이 안 된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하루종일 마음의 변화가 컸다. 항해하고 나서 가장 거센 파도를 마주하면서 대원들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말이 처음으로 그날 나왔다”고 이야기했다.
진구는 “흔들림이 심할 수록 근육을 경직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힘들었던 점을 말했다. 지원선과 연락이 끊긴 상황에서 김 선장은 “우리만 빨리 다녀오자”고 제안했다. 장기하에게 생각을 묻자 “카메라 촬영 중이냐”고 물으며 이 마저도 버거워했다. 추후 인터뷰에서 장기하는 “솔직히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일이었다. 이것은 우리의 모험이고 힘든 점도 있다. 선장님은 솔직하기 때문에 좋다고 생각해 기록으로 남기자고 한 것 같았다. 대화가 5~10분 진행된 다음에서야 나도 이거는 찍어도 되는 일이고 그래야 하는 일이라고 깨달았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강풍 속 선택의 기로에서 장기하는 “제가 바다를 얕잡아 본 것 같다. 이 정도까지 힘들 줄 몰랐다. 멤버들도 표정이나 대화를 했을 때 지쳐가고 있다는 게 많이 보인다”면서도 “지금 내가 무슨 얘기를 하는 지 모르겠다”며 말을 줄였다. 진구는 ‘무기항’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대원들이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육체적 한계를 느끼기 보다 즐거운 항해를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최시원은 “우리가 남십자성을 보는 것도 멋진 목표이기는 하지만, 이미 우리가 바다에서 나눈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경험한 것도 많다”면서 항로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장기하는 “제가 끝까지 가고 싶은 마음이 100%라고 생각했는데, 그때 마음에 부담이 컸었구나 생각했다. 방어기제로 ‘괜찮다’고 하고 있었구나. 다시 생각해봐야 될 상황인 것 같다 쪽으로 생각이 급 선회했다”고 밝혔다. 배 안에서 진구는 “죄송한 마음과 졌다는 마음이 있다. 다른 분들은 우리가 진 게 아니고 죄송한 마음도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호준은 김 선장의 “우리 진 거 아니”라는 말에 눈물을 보였다. 그러면서 “서로 자기 할 말 못하고 예민해진 상황을 극복해서 웃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으면 좋겠다. 뭔가 이렇게 서먹하고 어색한 분위기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맏형의 속 마음을 털어놨다. 최시원은 “남십자성을 보고 울컥한 마음보다 북태평양에 진입했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고, 호준은 “육지를 향해 가는 게 아니니까 마음의 부담이 크다. 추상적인 것을 향해 간다는 것의 어려움은 여기에 있는 사람이 잘 알 것”이라며 선택에 대한 후회를 덜어냈다. 이에 김 선장은 “되돌아가는 것도 똑같다”고 대원들을 다독였다.
24시간의 거센 파도와 위협적인 바다를 본 장기하는 “14일 남았는데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아니 못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송호준은 “무서운 게 아니라 용기가 나지 않을 때 결정을 하는 문제였다”고, 최시원은 “(항해가) 너무 무모하다고 생각됐다”고 속 마음을 표현했다.
대원들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김 선장은 제작진과의 오랜 대화 및 깊은 고민을 거쳐 ‘항로 재편성’ 결론을 냈다. 회항하기로 한 것. “우리나라 돌아가면서 섬과 섬을 즐기면서 즐거운 요팅을 하고 정해진 일정을 마치자”는 김 선장의 말에 대원들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인터뷰에서 진구, 송호준, 장기하, 최시원은 모두 그날을 떠올리며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최시원은 “그 순간 기분은 너무 죄송했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김 선장은 “살다보면 뜻대로 안 되는 일도 많다. ‘새옹지마’라고 하잖냐. 대화를 나누면서 각자 마음 속 감정을 발견했다. 새로운 걸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마라도를 경유한 제주도→남해안 루트를 제안했다. 장기하는 “마음에 걸리는 건 저희가 나약해서 선장님의 프라이드에 상처를 드린 게 아닌가, 죄송하다”고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 선장의 선창으로 대원들은 “매듭을 풀어라!” 구호를 외치며 요트원정대 6명이 연결되었던 매듭을 풀었다. 진구는 “김승진 선장님 커리어에 약간의 상처가 될 수 있는 항해였을텐데 수렴해주셨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많다고 느낀 순간”이라며 고마워했다. 축 쳐진 분위기에 김 선장은 “되돌렸다는 것에서 벗어나서 재미있는 걸 해보자”며 새로운 여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대원들의 의견과 자신의 선택에 대해 김 선장은 “놀랐을 거다. 처음 (파도)이런 걸 본 사람들은 ‘여기서 죽었구나’ 생각했을 거다. 마음 속에서 ‘살려달라’고 외쳤을 거”라며 항해 초보 대원들의 결정을 이해했다. 이후 김 선장은 간식으로 부침개를 만들었다. 그는 “멀미 때문에 제작진들도 토하고, 대원들도 뻗었다. 아수라장이 된 거다. 이 친구들의 속을 달래줄 게 뭘까 생각해봤더니 비오는 날에는 빈대떡이잖냐”면서 메뉴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송호준과 진구는 “속에서 열불이 나셨을 텐데 그 상황에서도 우리들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려고 간식을 만들어줬다”면서 김 선장의 따뜻함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은정 기자 ekim@tvreport.co.kr / 사진=방송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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