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스페인에서 온 ‘종이의 집’에 한국만의 옷을 입고 시청자를 만난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드라마 ‘손 the guest’, ‘보이스’, 영화 ‘역모 – 반란의 시대’를 연출한 김홍선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드라마 ‘괴이’,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개와 늑대의 시간’, 넷플릭스 시리즈 ‘나 홀로 그대’를 쓴 류용재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유지태, 김윤진, 박해수, 전종서, 이원종, 박명훈, 김성오, 김지훈(덴버), 장윤주, 이주빈, 이현우, 김지훈(헬싱키), 이규호 등이 출연한다.
류용재 작가는 “스페인 원작을 인상적으로 봤고, 팬이 된 입장에서 꼭 리메이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적 이야기로 어떻게 리메이크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를 원작자와 넷플릭스에게 보여주고 상의한 끝에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김홍선 감독은 “2018년 처음 작품을 봤다. 원작 속 많은 캐릭터들이 매력있고 재미있었다. 어떤 시기나 공간으로 이동해도 될 캐릭터여서 우리만의 캐릭터로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고 제작 이유를 전했다.
통일 직전 한반도의 공동경제구역에서 그려지는 독창적인 이야기인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김윤진은 “원작이 워낙 유명해서 이걸 만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부담이 컸다”며 “우리만의 슬픈 현실인, 분단국가인 우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작가님이 좋은 대본을 써주셔서 이정도 대본이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유지태는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일 수 있는 건 현명함과 치밀함인 것 같다. 남북 설정을 잘 믹스했고 우리만의 매력과 해학을 담았다”고 전했다.
‘종이의 집’을 한국화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일까. 김홍선 감독은 “2주 전에 해외 매체와 인터뷰를 했는데,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이런 상황이 쉽게 일어날 수 있나 물었더니 ‘쉽지 않다’고 답하더라”라며 “시작할 때부터 고민했던 부분이 그 지점이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이면서 볼 수 있을까 하는 것. 그런 고민을 하던 중 남북 상황을 미래로 내다보고 설정을 두면 이런 이야기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세계적으로 나가는 것이기에 남북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을까 생각해 공동경제구역이라는 가상의 도시를 만들었다. 미래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희망과 소망을 담았다”고 제작 의의를 전했다.
한국판에서 등장하는 하회탈 가면에 대해 박해수는 “(원작의) 달리 가면이 자유의 상징이었다면, 안동 하회탈이 가진 풍자적 의미나 권력층에 대한 비난의 의미를 가져서 좋았다”며 “많은 배우들이 썼을 때 위압감이 있다”고 감상을 밝혔다. 하회탈을 ‘신의 한수’라고 말했다는 전종서는 “어떤 가면을 쓰게 될까 궁금했는데 하회탈이라는 얘기를 듣고, 실제로 보고 놀랐고, 활짝 웃고 있는 얼굴을 보고 해학적이면서도 기괴하다고 느꼈다. 여러 느낌을 갖고 있는 게 강렬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원작이 다채로운 캐릭터로 사랑 받은 만큼 한국판 역시 캐릭터가 개성이 넘친다. 천재 지략가 교수 역을 맡은 유지태는 “빌런을 많이 맡았지만 범죄를 저지르며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하는 캐릭터를 본 적이 없다. 설정 자체가 뛰어나다는 생각을 했다”며 “전체를 지위하고, 강도단들에게 관계를 설명하고 시청자에게도 전달을 해야 했기 때문에 성우 같은 역할을 하려고 포커스를 맞췄다. 조금 외로웠다”고 말했다.
남측 협상가 선우진 역의 김윤진은 “선우진도 무력이나 힘으로 강제적이라기보다 아이디어와 대화로 일을 해결하려는 것이 교수와 같다”며 “일 밖에서는 싱글맘이자 양육권 소송 중이고, 선우진을 제일 힘들게 하는 건 어머니의 알츠하이머로 힘든 와중에 큰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다 오랜만에 한국 작품에 함께 하게 된 김윤진은 “지금도 꿈 같다. 왜 거기까지 가서 고생을 했는지 모르겠다. K-콘텐츠가 각광 받는 만큼 한국 스태프들과 한국어로 촬영을 해도 여러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국가에 전달될 수 있다는 게 개인적으로 너무 기쁘고, 이 열풍이 계속 이어져서 더 많은 새로운 인물들이 세계적으로 소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베를린 역을 맡은 ‘넷플릭스 공무원’ 박해수는 “분단 국가의 현실을 압축, 은유한 캐릭터다. 북한 강제수용소에 오랫동안 갇혔다 탈출해 조폐국 안에서 인질 통제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과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단벌을 입고 촬영한 그는 “통제된 공간 안에서의 배역을 맡게 되더라. 갇힌 공간에서 갈등이 증폭되지 않나. 단벌 때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북한 소녀 도쿄 역의 전종서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남한으로 내려왔다 자본주의의 쓴맛을 본다. 교수에 의해 구해져서 교수의 이념을 믿게 되며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도박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대본을 보고) 내가 당연히 도쿄일 거라고 생각했다. 원작과 제일 많이 다른 캐릭터일 것이다. MZ세대이고, 20대의 현실적인 부분이 많이 반영됐고, 가장 순수하고 교수의 이념을 너무 믿기 때문에 탈선하지 않고 안정을 추구하며 목표 하나만을 보고 모두를 끌고 간다. 사고를 치지 않는다”고 원작과의 차이를 설명했다.
모스크바 역의 이원종은 “제 얼굴 크기의 4분의 1만 한 친구들과 작업했다”고 너스레를 떨며 “막장 인생을 살아왔고, 살고 있으며, 대를 이어 막장으로 살 것 같은 아들을 둔 사람인데 교수의 부름을 받고, 마지막 실낱 같은 희망 하나를 건다”고 전했다. 극중 부자를 연기한 김지훈과 아직도 부자처럼 지낸다는 그는 “억센 액션을 김지훈이 다 담당해 위험한 상황이 많았는데 진짜 다치지 않았을까 꼭 끌어안아주며 부정을 느꼈다”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기회주의자 캐릭터인 조폐국장 역의 박명훈은 “나쁜놈이다. 굉장히 나쁜놈”이라며 “강도단보다 나쁘다”고 강렬하게 설명했다. 박명훈은 대본이 나오기 이전에 류용재 작가와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났다고. 류 작가는 “‘기생충’ 직후 기존 작품에서와는 다른 모습을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보게 됐다. 좋은 분이지만 (기회주의자적) 모습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2년 전에 역할 제안을 했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박명훈은 “취하셔서 농담하시는 줄 알고 ‘좋은 기회 있으면 하겠다’고 했는데 2년 뒤에 제안을 주셔서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김윤진과 호흡을 맞춘 북측 협상가 차무혁 역의 김선오는 “심적으로 엄마처럼 편안했다. 포옹을 잘 안 하는데 엄마 같아서 포옹도 하고, 수다도 많이 떨며 재미있게 촬영했다”며 김윤진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이원종과 부자 연기를 한 덴버 역의 김지훈은 “여태 작품을 하며 만난 아버지 중 정말 저를 친아들처럼 아껴주셨고, 그 무한한 사랑에 마음을 열며 뜨거운 감정이 연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샘솟았다”며 “폭발씬에서 아빠에게 정말 안기게 되더라. 듬직하셔서 안정감을 느꼈다”고 이원종과의 촬영 비하인드를 밝혔다.
위조 전문가이자 사기꾼인 나이로비를 연기한 장윤주는 “조폐국 안에서 신나고, 생동감 넘치게 돈을 찍어낸다”며 “배우들이 다 좋고 점잖으신데, 나이로비는 에너지가 남다르면서도 안에는 따뜻하고 공감력 있는 인물이라 촬영 현장에서 저 때문에 즐거우셨을 거다. 캐릭터의 영향도 받으면서 즐겁게 찍었다. 저와 호흡 맞추는 배우를 작업실로 불러서 맞추고 격려하기도 했다. 김윤진 선배에게도 제가 전화를 많이 했다”며, 본인이 분위기 메이커 역을 톡톡히 했음을 알렸다. 김윤진은 “강도단과 만나는 장면이 딱 한 장면이었는데 (장윤주와) 번호 교환하고 끈끈해졌다”고 밝혔다.
조폐국 경리 직원이자 조폐국장과 부적절한 관계인 윤미선 역의 이주빈은 “원작 소재가 좋아서 ‘우리나라에서 만들면 어떨까’ 상상을 했는데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고, 역할 중 하나를 하게 돼서 신기하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도단 막내 리우 역의 이현우는 “천진난만하고 철부지 같은 모습이 그려지는데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뛰어난 해킹 실력으로 바깥의 교수와 강도단을 연결 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하회탈과 강도단 슈트를 입으면 힘이 났다는 이현우는 “표정이 안 보여 조금 더 자신감이 생기고 과감해질 수 있었다. 통일감에서 오는 끈끈함, 연대로 힘이 나고 에너제틱한 기분이 들었다”고 전했다.
연변에서 온 해결사 헬싱키 역의 김지훈은 “무식해 보이지만 속정 깊고 의리 있다”고 설명했다. 헬싱키와 콤비인 오슬로 역의 이규호는 “강도단에서 덩치가 제일 커서 험악해 보이지만 때로는 인질들에게 마음으로 다가가는 캐릭터”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형 케이퍼 장르로서 눈여겨볼 포인트에 대해 김홍선 감독은 “케이퍼 장르이지만 색다른 캐릭터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보시면 재미있을 것이다. 원작을 보셨다면, 한국판에서 설정이 어떻게 다른지, 우리 캐릭터가 어떻게 한국적으로 그려지는지 비교하시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류용재 작가는 “남북이라는 설정이 더해지며 강도들끼리, TF 경찰들끼리도 반목해 온 시간이 길어 서로를 의심하고, 힘을 합치기도 하는 상황에서 긴박한 상황이 펼쳐진다. 다른 새로운 관점을 갖고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징어 게임’ 성공 후 전보이는 오리지널 시리즈인만큼 비교를 피할 수 없는 상황. 김홍선 감독은 “‘오징어 게임’ 덕분에 여기 앉아있는 것 같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저도 좋아하고 즐긴 작품이라 저희 작품도 거기에 근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해수는 “경쟁이라기보다는 먼저 걸은 길을 우리도 걷고, 더 많은 관객과 시청자와 만날 기회를 더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원작 캐릭터와 어떤 차이점을 줬을까. 류용재 작가는 “원작을 너무 따라가면 답습하게 될 것이고, 그렇다고 다르게 가려고 바꾸기보다는 한국판만의 이야기 틀 속에 인물을 배치하다 보니 캐릭터에 변주를 주게 됐고, 배우들과 인터뷰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많이 주셨다. 그러면서 발전시키며 우리만의 강도 캐릭터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강도단이 훔치는 돈의 금액은 총 4조 원. 금액은 어떻게 정해졌을까? 류용재 작가는 “원작에서 훔친 돈을 환산하면 얼마일까 먼저 생각을 했었다. 강도단이 옮길 수 있는 돈의 한계가 있고 그 최대치를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출 경로 등은 파트 2에서 공개될 예정이라고.
K콘텐츠가 세계화된 시점에서 할리우드에서 보는 시선은 어떨까? 김윤진은 “캐릭터와 연기 톤에 공감이 잘 된다더라. 감성적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이야기에 있어 다양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며 “너무 행복하다”고 전했다.
주인공인 도쿄를 연기하게 된 전종서, 중심을 잡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그는 “제 나이대, 시기에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해왔다. ‘종이의 집’을 만나 도쿄라는 캐릭터가 각색이 많이 됐는데, 혼자만의 독보적 연기를 가져가기보다 배우도 많고 캐릭터도 다양하기 때문에 하모니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심을 가져갈 수 있도록 감독님이 코칭해 주셨고, 거기에 따라갔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으로 북한 사투리 연기에 도전한 박해수는 “검수를 계속 받았다. 선생님이 오시고, 평양어, 함경도어를 쓰는 배우도 있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익숙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스페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이의 집’을 원작으로 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6월 24일 넷플릭스에서 파트 1이 공개된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백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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