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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빨갱이가 아닙니다” 두 번의 기적, 71년 만에 찾은 진실(꼬꼬무)[종합]

김은정 기자 조회수  

[TV리포트=김은정 기자] 포기하지 않은 어머니의 마음이 결국 기적을 이뤄냈다.

25일 오후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무기수 어머니의 의 한 맺힌 증언이 공개됐다.

이날 세 개의 이름을 가진 아들 전철수 씨가 등장했다. 1946년생 76살인 그는 “저는 이름이 세 개”라고 소개하며 전학철 맹철수 전철수 이름을 읊었다. 그는 영화보다 더 기구한 사연을 공개했다. 5살에 부모를 잃은 후 평생 고아로 살아온 전철수. 1993년 6월 ‘맹철수’라는 이름으로 살던 시절, 우연히 펼친 신문에 실린 사진 속 70대 할머니의 얼굴을 보고 핏줄이 당겼다. 잃어버린 어머니라고 느꼈기 때문.

전철수는 6.25 때 어머니 김복연과 헤어졌다. 43년 만에 어머니와 상봉한 그는 가족만 아는 신체 특징까지 확인한 후 어쩌다 자신과 헤어지게 된 것인지, 혹시 버린 건 아니었는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어머니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범죄자였던 것.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한 이야기에 그는 어머니의 증언을 직접 녹화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사연을 들으며 카메라 뒤에서 소리 없는 울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김복연의 사연을 너무나 절망적이고 기구했다. 아들을 낳은 후 경찰 남편은 본처가 있다고 집으로 돌아갔고, 혼자 아들을 키우던 그는 어느날 찾아온 이웃남자 양 씨로 인해 불행이 시작됐다. 당시 유흥업소를 운영하던 양씨는 업소 여성들에게 세를 놔달라며 강압적으로 단칸방을 개조했고, 김복연은 쌀을 준다는 얘기에 이를 받아들였다.

얼마 후, 6.25 전쟁이 일어났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유엔군이 오고 있으니 안심하고 기다리라”는 라디오 방송을 했고, 대전으로 도망간 후 한강 다리를 폭파하며 서울 사람들은 고립됐다.

그때 군복 입은 우리 국군이 집에 들어와 “옷을 달라”고 부탁했다. 김복연은 양씨가 빨래를 맡겼던 옷을 건넸고, 배 곯은 소리에 밥까지 먹여 보냈다. 이 상황을 몰래 엿들은 유흥 여성들은 김복연을 ‘반동분자’로 밀고했고, 억울한 상황에 잡혀갈 뻔한 그는 3개월간 경기도 양주에서 피난 생활을 하다가 10월초 서울로 돌아왔다.

그러나 집에는 양씨와 여자들이 있었다. “살아계셨네요?”라던 양씨는 김복연을 다시 빵갱이로 밀고했다. 증언 영상 속 김복연은 “내가 거물이라고 빨개 벗기고 귀에 젖꼭지에 전깃줄을 대고 고문했다. 자궁 안에 뭘 감춰 나왔다고 성고문을 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때 아들이 “엄마 죽는다”며 달려드는 모습에 죽을까봐 어쩔 수 없이 떨어뜨려 놓게 된 것.

김복연은 부역자 누명을 썼지만, 당시 재판은 단심죄, 항소 없이 판결 나면 뒤집기 불가했다. 증거 생략 가능하고 심증으로만 판결이 가능한데 형량은 10년 이상, 무기징역, 사형 세 가지로, 김복연은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아들 전철수는 어머니와 강제로 헤어지며 기억을 잃었고, 이후 1950년 12월 1.4후퇴 때 고아원으로 보내지며 맹철수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름 바뀐 이유는 피난길 착오로 짐작하고 있다.

김복연은 고문 후유증으로 인한 하혈로 형 집행정지 후 병원 이송됐다. 기회를 엿보던 그는 화장실 가는 척 아들 찾기 위해 탈출했다. 이후 안전을 위해 가정을 꾸렸지만, 갑자가 날아온 잔형 집행 지휘서에 다시 끌려가게 됐고, 키우던 삼 남매는 아버지에게도 버려져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그는 감옥에서 10년 보낸 후 출소했다. 그러나 출소 후 옥살이는 계속됐다. “한번 빨갱이는 영원한 빨갱이”라는 낙인 때문.

아들을 찾기 위해 ‘이산 가족 찾기’ 방송에 출연한 김복연. ‘꼬꼬무’ 제작팀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김복연과 맹철수가 같은 방송에 출연해 같은 자리에 있던 것. 그러나 맹철수로 이름이 바뀐 아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또 김복연은 누명을 벗기 위해 43년 전 자신이 도운 국인을 찾았다. 단 2분의 짧은 사연이 방송으로 공개됐지만, 기적처럼 그 군인이 연락을 취해오며 43년 만에 진실을 밝힐 수 있게 됐다.

아들과 어머니는 재심을 청구했지만, ‘무죄라는 새로운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재심 청구가 기각됐다. 김복연은 끝내 누명 벗지 못하고 세상 떠났다.

2021년 5월에 이르러서야 사실상의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명칭은 ‘면소’였다. 소를 면제한다는 뜻으로 특별조치령이 폐지되었으니, 유무죄 판결이 불가해 더이상 진행할 필요가 없어 소송 절차를 종결시킨다는 것. 김복연이 누명 벗기까지 71년의 시간이 걸렸다.

한편 장현성의 친구로 등장한 오나라는 “드라마도 이렇게는 쓸 수 없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은정 기자 ekim@tvreport.co.kr / 사진=방송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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