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굿, 군대 면제다”. 허위 뇌전증으로 병역 의무를 회피하려 한 래퍼 라비와 그의 소속사가 의사의 소견을 무시하고 약을 처방해달라고 촉구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3일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라비와 소속사 그루블린 김 모 공동대표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라비는 지난 2012년 첫 병역 신체검사에서 3급 현역 판정을 받은 뒤 지속해서 병역을 미뤘다. 이후 2019년 재검에서 4급 판정을 받았다.
라비는 2021년 2월 마지막으로 병역 이행을 연기하겠다는 서류를 제출했다. 그는 향후 입영 일자가 통보될 경우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병무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같은 시기 라비는 병역브로커 구 모 씨와 모의해 병역을 면제받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구 씨는 라비의 경우 허위 뇌전증 진단으로 5급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김 대표는 라비와 협의해 구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보수 5000만 원에 바로 계약했다. 계약 시 라비 측은 군 면제 처분을 받지 못할 경우 비용을 전액 환불 처리한다는 조항까지 넣어 병역 의무를 회피하려고 했다.
라비는 구 씨의 조언에 따라 갑자기 실신한 척 연기하고 119에 신고, 응급실에서 외래진료를 요구했다. 그는 의사에게 “종종 나도 모르게 기절을 한다”고 거짓 증상을 이야기한 뒤 정밀 검사를 받는다.
그러나 그의 꼼수가 통하지 않았다. 의사는 진단 결과에 따라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약처방이 필요했던 라비는 구 씨로부터 “멘탈 나가고 음악생활도 끝이다. 무조건 약 처방을 해달라”는 조언을 듣고 이행한다.
약을 처방받은 라비는 같은 해 6월 결국 뇌전증 관련 병무용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이에 구 씨는 “굿, 군대 면제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라비는 치밀했다. 정밀 신체검사를 받는 날이 돌아올 때만 처방받은 약을 복용해 소변검사에 대비했다. 자신이 실제 뇌전증 환자인 것처럼 둔갑했다.
라비는 지난해 9월 진단서를 조작해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았고 4급 보충역 판정을 받고, 10월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라비의 만행은 병역 브로커가 경찰에 덜미를 잡히면서 드러났다. 논란이 일자 라비 측은 혐의를 인정했다. 이 밖에도 검찰은 핵심 브로커 구 씨를 시작으로 총 23명을 재판에 넘기고,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라비를 둘러싼 병역 기피 행위가 확실시될 경우 현역으로 재입대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가수 싸이는 산업체 요원으로 군 복무를 이행하던 중 병역 특례 의혹에 휩싸였고, 현역으로 재입대했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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