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STREET] 에디터LYNN에게는 매년 이루지 못하는 목표들이 있다. 면허, 다이어트, 외국어 공부 등 새해가 되면 야심차게 다짐하지만 이것저것 핑계를 대며 미루는 것들 말이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핼러윈 데이 즐기기다. 매해 10월이 다가오면 꼭 분장을 하고 이태원에 갈 것이라며 마음 먹지만 특유의 귀차니즘 덕분에 늘 다짐으로 끝났다.
올해는 코로나 시국 때문에 애초에 포기했지만 시기가 다가오니 설레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비록 화려한 분장을 하고 파티에 갈 수는 없지만 집에서 나름대로의 핼러윈을 즐기고자 검색하던 도중 ‘스트링 아트’를 발견했다. 집에서 간단히 만들 수 있어 이 시국에 딱 맞는 제품이었다. 똥손인 나도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도 쉬워 보여 그 자리에서 주문했다. 똥손의 위대한 도전!
스트링아트는 나무판 위에 못을 고정하고 못 사이를 끈으로 연결해 모양을 만드는 아트다. 내가 구매한 스트링아트는 못이 아닌 나뭇조각을 조립해 만들기 때문에 다칠 위험 없이 안전하게 만들 수 있었다. 유령, 마녀모자, 호박, 마녀성 4개의 도안이 있었는데 하나를 선택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두 귀여워 4가지 도안을 모두 구매했다.
판매처 설명에 따르면 목심에 실을 엮어가며 작품을 완성한 후 채색 도구와 스티커 등으로 꾸며주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실을 먼저 엮으면 배경을 채색할 때 어려울 것 같아 우선 배경 채색부터 시작했다. 9세 이후로 크레파스는 처음 들어본 것 같은데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라 즐거웠다. 네임펜으로 박쥐와 거미줄도 그려주니 핼러윈 분위기가 물씬 났다.
배경을 열심히 꾸민 후 나무판에서 나무못을 분리해 도안 판에 끼워줬다. 그런데 이 나무못이 생각보다 빳빳해 구멍에 잘 들어가지 않았다. 설명서에는 망치로 두드리면 안 된다고 적혀있었지만 성격 급한 한국인은 참지 않지. 깡- 한 번씩 쳐주니 쏙쏙 들어갔다. 1단계 CLEAR.
못을 전부 끼운 후 동봉된 실의 끝을 나무못에 매듭지어 고정했다. 매듭이 쉽게 풀리지 않도록 2번 묶어주었다. 이후 테두리를 돌아가며 실을 못의 밖에서 안쪽 방향으로 감아줬다. 이 과정부터 똥손은 조금씩 어려움을 느꼈다. 실을 감는데 자꾸 빠져나가려 해서 단단히 힘을 주며 돌리는 것이 꽤나 어려웠다. 이게 정녕 9세 연령이 할 수 있는 난이도라고? 땀을 뻘뻘 흘리며 테두리를 완성했다. 2단계 C..CLEAR…!
테두리를 완성한 후 도안의 안쪽 면을 자유롭게 감아주라는 설명에 따라 이곳저곳 생각 없이 감아줬다. 하지만 정말 생각 없이 감으면 안 된다. 어느 정도 실이 배치되는 것을 보고 여백이 보이는 곳을 집중적으로 감아줘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부분은 빼곡하고 어느 부분은 텅 비어 있어 균형이 맞지 않는다.
나름대로 규칙을 갖고 균일하게 감아주기 위해 노력하는데 못에 감긴 실이 늘어날수록 점점 어려워졌다. 실이 못을 자꾸 탈출하는 게 아닌가. 중간중간 못에 감겨있는 실을 아래쪽으로 꾹꾹 눌러줘야 위에 실을 감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쉽게 감을 수 있었다.
점점 실을 감는 데 흥미가 떨어진 에디터 LYNN과 에디터 JEONG情은 적당히 모양을 갖추자 매듭을 짓고 마무리했다. 반면 에디터 BANGDI는 제공된 실을 전부 감았는데 작품을 비교해보니 에디터 BNAGDI의 작품이 확실히 훨씬 견고하고 빼곡하게 완성됐다. 나도 열심히 할걸, 조금 후회가 됐다.
작품을 만드는 데 소요된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제공된 실을 전부 감았다면 2시간 정도 소요될 것 같다. 그렇게 완성된 4개의 작품을 한데 모아놓고 보니 어머 웬걸. 생각보다도 더 귀엽다. 들인 노력 대비 완성도가 높아서 만족스럽다. 여기에 미니 전구를 붙이면 정말 핼러윈 느낌 물씬 나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
미니 스트링 아트의 가격은 단돈 2,300원. 4개 모두 구매해도 만 원을 넘지 않는 저렴한 가격이다. 코로나 시국으로 바깥 외출이 어려워진 이번 핼러윈, 사탕을 찾으며 이웃집 문을 두드리던 그때 그 동심으로 돌아가 만 원의 행복을 즐겨보면 어떨까.
에디터LYNN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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