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나가수 2', 마성의 한영애부터 감성대로 즐긴다기사입력 2012-06-12 09:52:46




[TV리포트 유진모의 테마토크] MBC TV ‘나는 가수다’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경연자들이 살아남는 가장 좋은 수단은 역시 ‘폭발력’이었다.



잔잔한 감성적인 창법보다는 육감적인 토해내고 울부짖는 창법이 생존에 더 유리했던 것.



윤도현 박정현 임재범 김경호 박완규 등이 좋은 점수를 받으며 생존했지만 김연우 조규찬 등이 단명한 게 좋은 예다.



그런데 시즌2를 맞은 ‘나가수 2’는 확실히 달라졌다. 울부짖음과 포효가 사라지고 잔잔한 감성적 표현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며 원곡 본연의 매력에 충실하는 가운데 자신의 개성을 덧입히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가장 큰 증거는 파격적인 편곡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예전에 임재범은 남진의 트로트 ‘빈잔’을 확 달라진 재즈로 표현하는가 하면 자우림은 최고의 반전편곡으로 놀라움을 줬다. 윤도현 밴드도 그 어떤 원곡도 자신들만의 록으로 바꾸며 편곡의 위대함으로 승부했다.



하지만 시즌2는 그런 반전편곡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10일 방송된 B조 경연은 그런 확 달라진 패러다임을 보여줬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한영애의 합류다.



한영애의 출연은 임재범 박정현 박완규 등의 출연보다 더 파괴력이 큰 파격이었다. 그녀는 전형적인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다. 임재범은 괴팍한 성격 때문에, 박완규는 비대중적 마인드 때문에 방송출연이 빈번하지 않았다면 한영애는 스스로 그런 제도권의 무대를 껄끄러워했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다. 그저 음반을 내고 콘서트 무대에 서는 게 가수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아온 가수다.



한영애는 포크와 블루스 밖에 모른다. 지상파 방송의 인기순위에 오르는 장르와는 체질적으로 안 맞는다.



그런 한영애가 비록 콘서트에 못지 않은 경연 프로그램이라고는 하지만 지상파 예능의 연장선상에 있는 ‘나가수 2’에 출연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이날 그녀는 손시향의 ‘이별의 종착역’을 록블루스로 멋지게 소화해냈다. 우리나라에서 한영애를 흉내낼 뮤지션은 없다. 마치 볼풍선 속에 소리를 저장했다 내뱉듯, 혹은 안으로 갈무리했다 씹어뱉어내는 듯한 그녀의 창법은 정말 유니크하다. 약간 허스키하나 그렇다고 쇳소리는 아닌 목소리톤도 개성강하고 과하지 않은 비브라토로 블루스를 표현해내는 음악성은 단연 돋보인다. 그렇게 그녀는 일렉트릭 기타와 위무하는 듯 ‘이별의 종착역’으로 내달려 후배가수들의 혀를 차게 만들었다.



국내 포크의 대부 한 대수의 대표곡 ‘행복의 나라로’를 부른 JK김동욱은 기교 없이 기초적 실력만으로 승부를 거는 교과서적 전형을 보여줬다. 약간 마른 감성으로 부르는 그의 노래는 물방울 때리는 듯한 터치의 피아노와 아주 잘 어우러졌다.



힘 안 들이고 부르는 창법으로 정엽만큼 감성적으로 잘 표현해낼 가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미의 ‘보이네’를 선택한 그는 처음에는 재즈로 진행하다가 이내 업비트의 펑키로 변화했다. 화려한 브라스 섹션과 키보드를 앞세운 편곡 속에서 목이 아닌, 마치 입술과 혀로 부르는 듯한 창법으로 객석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가창력이나 소화력을 떠나 단순하게 음악만 놓고 본다면 단연 1~2위 감이었다.



파워에 있어서만큼은 여가수중 이은미를 이겨낼 이가 몇 안 될 것이다. 국내 최고의 밴드 사랑과평화의 ‘한동안 뜸했었지’와 ‘얘기할 수 없어요’를 메들리로 소화해낸 그녀는 셔플과 록을 오가며 줄곧 재지한 분위기를 풍겼다. 브라스 섹션과 기타가 편곡의 전면에 나섰다.



김건모는 가장 원곡에 충실했다. 김정수와 급행열차의 ‘내 마음은 당신 곁으로’를 선택한 그는 퓨전재즈 형식을 차용해 브라스와 베이스를 강조한 편곡 속에서 절대 과하지 않고 침착하게 원곡의 매력을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부분전조로 노련함까지 보여줬다.



경연자중 막내인 정인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멀티장르의 가수다. 전영록의 ‘불티’를 원곡보다 약간 더 강한 하드록으로 표현하는 가운데 얼터너티브록까지 영역을 넓히며 재탄생시켰다. 무형식의 형식, 다양한 장르의 이종교배 등 파격적인 시도를 한 그녀는 특히 관능적인 창법으로 기존 가수들과 차별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경연자들은 예전의 가수들과는 달랐다. 시즌 1 때는 경연자들이 과도한 경쟁의 중압감에 벌벌 떨고 긴장하는 모습이었으며 그것은 과한 창법과 파격적인 편곡, 그리고 퍼포먼스라는 결과를 낳았지만 시즌 2의 경연자들은 철저하게 즐기는 모습이었다. 마치 자신의 콘서트 무대를 갖는 양, 아니면 경쟁자가 아닌 동료들과 옴니버스 콘서트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예능의 잣대로 볼 때는 이게 시청자들에게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으나 생방송으로 포맷이 바뀐 프로그램의 생리상 가수들에게 그나마 이 점이 흥분을 진정시킬 수 있는 요소는 된다. 그게 음악적 표현으로 어떻게 잘 살아나는가가 프로그램의 재미를 높이는 키포인트다.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