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일하의 텔레비안 나이트] 온라인 쇼핑몰의 ‘연예인 김치’가 제대로 한방 얻어맞았다. 그건 예견된 일이었다. “그래, 잘 조졌어”하고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른 시청자가 얼마나 많을까. 채널A ‘이영돈PD의 먹거리X파일’은 16회(5월25일) 방송 ‘당신이 모르는 진실-연예인 식품, 이름값 할까?’에서 일명 ‘연예인 브랜드’ 김치를 호되게 조져놓았기 때문이다. 소비자 고발에 앞장 서온 TV 프로가 비단 ‘이영돈PD의 먹거리X파일’만은 아니지만 이 프로는 그동안 계속 안타를 쳐 시청자들로부터 인기 높은 편이다. ‘김치 연예인’들은 이름과 얼굴만 빌려준 채 ‘눈 가리고 아옹’식으로 수익을 챙겨오다 이영돈PD의 예기치 못한 소비자 고발 방망이에 당하고 말았다.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에서 하루 수천만 원의 매출을 올려 대박을 터뜨렸다는 연예인의 자화자찬은 너무 흔해 그 모습이 식상해 보인다. 그렇지만 요즘 스타들의 쇼핑몰 CEO로 변신은 대세라고 한다. 각양각색 상품을 들고 나와 자신의 인기와 부합시켜 매출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스타 마케팅이 제일 치열한 건 김치 시장이다. 연간 300억원에 달하는 시장 규모로 확대되자 ‘국민’이란 타이틀이 주어지는 스타는 너도나도 뛰어들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시장을 달구며 이상 현상을 빚어내자 연예인 식품은 제대로 이름값을 하는지 ‘이영돈PD의 먹거리’ 프로가 그 진실 공방에 나서 심층을 파헤쳐 놓았다.
이영돈 프로듀서는 자신의 얼굴을 캐릭터로 만든 ‘영도니 빵’과 ‘일반 빵’의 샘플을 갖고 길거리 조사에 나섰다. 예측대로 자신의 이름 때문에 ‘영도니 빵’에 시민들의 반응이 높게 나오자 이 PD는 “깐깐하고 집요하며 철저히 따지는 내 이름값을 하는 걸 입증했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 프로의 카메라는 서울 근교의 김치 제조 공장을 찾아 뜻밖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았다. 제작진은 한 연예인 김치 하청업체를 찾아 동일한 김치가 봉투만 탈바꿈되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조리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죠. 포장만 바꾼 거예요”하고 공장 종업원은 증언한 후 “연예인은 통신판매사업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하청업체의 자체 상품과 연예인 상품의 가격 차이는 컸다. 포장가격을 비교하면 연예인 김치 5만7천원, 일반 상품 3만5천원으로 똑같은 김치지만 무려 2만2천원이 비싸게 유통되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품질은 어떨까 의심이 든 채널A의 제작진은 시중에서 판매중인 연예인 김치를 구입해 사카린, 대장균, 화학조미료 검출 시험을 검사기관에 의뢰했더니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엄선된 채소에 천연조미료만 사용한다고 선전한 연예인 김치에서 화학조미료가 다량 검출된 것이다. 제작진은 A 연예인 김치 사무실을 찾았더니 주소가 틀려 전화로 물었다. 제조 과정에 대해 질문하자 사무실 여직원은 “우리는 레시피(양념배합)가 따로 있어요. 어느 누구에도 노출할 수 없구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또 다른 B스타의 김치도 조사해 보니 일반 가정용은 4만4천원인데 연예인 김치는 5만6천원이었다. 연예인의 홍보 차원에서 자신들의 김치 값이 일반인 보다 높은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이름값을 내세우고 나왔다.
우리 밥상에 매 끼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먹거리인 김치. 매일 먹는 김치만큼이나 친숙한 연예인들이 김치사업 격전지에 뛰어드는 바람에 홍보전은 치열한 양상이다. 심지어 어느 스타는 “제 김치는 달라요. 나와 내 가족에 직접 먹이는 심정으로 까다롭게 만들었다”며 직접 산지에 가 배추를 뽑거나 공장에서 김치 담구는 모습을 CF로 보여주는 등 소비자의 신뢰와 마음잡기에 적극성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온라인 쇼핑몰 포장 김치 시장에서 남자 연예인 최고경영자(CEO)들의 격돌이 예상된다는 소식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돈 되는 일이라면 스타들은 뭐와 뭐를 가리지 않을 정도다”는 꼴불견의 익살이 나돌 정도라 그렇다. 여자 스타들이 주도해온 김치 시장에 복근남까지 가세하고 있으니 “그럼 소비자들은 봉이냐?”는 불평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영돈PD는 스튜디오에 연예인 김치와 일반 김치를 구입해 놓고 스스로 맛을 보았다. “글쎄요. 제 입맛에는 비슷한 것 같데요” 알 수 없다는 표정의 이 PD 코멘트는 이어졌다. “레시피가 따로 있다고 대답한 해당 연예인 김치 관계자도 과연 김치 맛을 봤는지 궁금하다”고 말한 그는 “앞으로 연예인 식품을 구입할 때 소비자들이 지불한 돈이 품질 값인지 아니면 해당 연예인의 이름값인지 꼼꼼히 생각해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생산해 반짝 스타가 아닌 영원한 스타로 우리 곁에 남아주길 바란다는 충고도 남겼다. 유명세와 선한 미소 뒤에 숨겨진 연예인 김치 스타들의 무한한 욕망으로 인해 순진한 소비자가 우롱되었다는 사실은 오래 기억될 일이다.
사진= 채널A의 ‘이영돈PD의 먹거리X파일’ 홈피 캡처
신일하 편집위원 ilha_shin@tvrepor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