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 유진모의 테마토크] 김구라도 스스로 방송에서 자진하차했다. 김구라는 지난 2002년 진행하던 한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통해 “창녀들이 전세버스 두 대에 나눠 타는 것은 예전에 정신대라는지 이런, 참 오랜만에 보는 것 아니냐”라며 종군위안부를 비하한 내용이 최근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물의를 빚자 지난 16일 “오늘 이 시간부터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자숙하는 시간을 보내겠다”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할 뜻을 밝히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예능계의 지존 강호동은 지난해 9월 세금과소납부 문제가 불거지자 가차 없이 기자회견을 갖고 연예계 잠정은퇴를 선언한 뒤 지금까지 칩거중이다.
방송가는 현재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MBC와 KBS의 파업으로 파행제작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보도 프로그램에 긴장감이 떨어지고 예능 프로그램에 재미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시청자들이 자꾸 이탈하고 있다.
MBC TV ‘우리들의 일밤’은 종편시청률이라고 할 수 있는 1.5%로 굴욕을 얻고 있으며 일요일밤의 최강자 KBS 2TV ‘개그콘서트’는 최근 동시간대 SBS TV 주말극 ‘내일이 오면’에 1위 자리를 넘겨주며 혼비백산하고 있다.
KBS 2TV 일요일 초저녁의 효자 ‘해피선데이-1박2일’도 강호동 하차-멤버 및 제작진 교체-파업 등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힘이 뚝 떨어졌다. 이미 시청자들은 ‘1박2일’의 텐트에서 벗어나 SBS TV ‘일요일이 좋다’의 ‘런닝맨’과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에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
뿐만 아니다. 10여주째 결방중인 MBC TV ‘무한도전’에 대한 아쉬움에 시청자들은 게시판을 통해 ‘무도사랑’을 외치고 있으며 사측과 노조측 양쪽에 서운한 감정을 굳이 숨기려하지 않고 있다. 공정한 방송, 할 말 다하는 방송을 바라기야 시청자도 마찬가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주말 예능으로 일주일의 피로를 씻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희생을 감수해야하는 것에는 섭섭할 수 밖에 없다.
500개 가까운 채널이 경쟁하고 이동중에서 스마트폰 등으로 시청할 수 있는 손쉬운 접근성의 다매체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 TV는 더 이상 바보상자가 아니고 전국민의 다정한 친구고, 심심풀이 땅콩이고, 지긋한 연인이기도 하다. 그런 상황에서 방송사의 파업 혹은 주요 연예인의 방송하차로 즐거움을 빼앗긴다면 시청자의 권리침해이기도 하다.
이에 처음에 강호동을 비난했던 일부 여론조차도 강호동의 컴백을 강하게 외치고 있다.
김구라의 자진하차는 그의 뜻을 존중해주는 의미도 있지만 국민적 정서상 마땅한 행위고 김구라 본인을 떠나 일단 시청자들이 김구라의 예전 발언을 잊을 즈음이 돼야 컴백의 타당성이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답은 강호동이다. 그가 의도적으로 잘못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실수건 세금 과소납부 사실이 알려졌을 때 ‘국민 MC’의 허점에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실망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채찍질함으로써 여론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발적으로 집이라는 감옥에 들어가 ‘실형’을 살고 있다. 이제 그를 풀어줄 때다.
파업으로 엉망진창이 된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 없다. 영화 뮤지컬 연극 콘서트 등으로 문화향유를 하기 쉽지 않은 서민들에게 예능 프로그램은 가장 편하고 값싼 대안이다. 그속에서 하루의 피로를 씻고 생활고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그 중심에 있었던 강호동을 이제 자유롭게 놔줄 때가 됐다.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은 많다. 케이블TV에 시청자를 빼앗기고 파업으로 체면을 잔뜩 구긴 지상파 방송으로서는 노조와의 원만한 타협이 첫 번째 숙제지만 집안정리를 한 다음에는 훌륭한 손님을 끌어들여야 할 절대적 명제가 있다. 강호동은 그 첫 번째 손님이다.
1%대의 시청률도 확보하지 못해 출범 몇 개월만에 존폐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종편 4사로서는 강호동이 구세주일 수도 있다. 최소한 그가 리드하는 예능 프로그램 한편만큼은 지상파에 맞설 수 있는 시청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마간산이라고 케이블TV중 잘 나가는 채널 입장에서도 강호동의 영입은 스포츠카에 제트기 엔진을 다는 격일 것이니 마다할 리 없다.
문제는 컴백의 모양새다. 그것은 강호동의 컴백으로 소박한 즐거움을 얻을 시청자의 몫이다.
강호동은 쉬는 동안 ‘자선’이라는 커다란 이름의 행동으로 불우이웃돕기에 앞장서고 있다. 그가 내놓은 재산은 최소한 수입억원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자숙의 행동화, 수익의 사회환원 실천 등의 의미도 크지만 그것마저도 평소 시청자들과 살을 부대끼며 살아왔지만 그렇지 못해 답답한 마음의 표출이 아닐까? 어떻게 해서든 대중과 호흡을 함께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이제 그를 풀어줄 때가 됐고 강호동 스스로도 낯뜨거워하지 말고 방송사의 구원의 손길을 잡아야 할 것이다.
시청자들은 쇳소리 섞인 하이톤의 목소리와 더불어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귀요미 행동을 하는 그의 액션을 보고 싶어한다.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tvrepor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