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청춘밴드’ 아름다운 청춘들의 깊은 울림 (리뷰)

기사입력 2011-12-15 0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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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박진영 기자] 그녀는 음악을 놓지 못하는 조카에게 이렇게 말했다. “잡을 수 없으면 놓는 게 맞는 거야. 견딜 수 있다고 아프지 않는 건 아니라니까. 결국엔 꿈도 희미해지더라”



무모하지만 달려나가게 하는 것이 꿈이고, 희미해진다고 해도 붙잡고 싶은 것이 꿈이다. 언젠가 나이가 들어 이모처럼 이런 말을 하는 날이 돌아온다 할지라도, 지금은 놓지 않으련다. 아프지만 아름다운, 청춘이기 때문에.



◆ 부딪히고 아파봐야 알 수 있는 삶의 재미



오는 12월 31일까지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콘서트 드라마, 연극 ‘청춘밴드’(연출 조선형)에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 블루스프링 밴드가 등장한다.



이름처럼 듬직한 보컬 강인(조순창), 무뚝뚝하지만 기타 실력은 최고인 지오(노민혁), 자유로워서 철 없어 보이는 기타리스트 사준(김현회), 정신과 의사 베이스 정완(방기범), 천방지축이지만 감수성 여린 정은(강수영)이 모인 블루스프링은 철거 직전의 오래된 레코드 가게에서 연주를 한다.



강인, 지오, 사준은 어렸을 때부터 친구 사이지만 정완과 정은은 밴드 모집 중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인연들이다. 개인적인 삶 속에서 없는 시간을 쪼개 연습을 하지만 매번 상황이 좋지 못하다.



더 좋은 실력의 밴드에게 밀려 무대에 설 기회조차 놓쳐 버리고, 설사 무대에 오른다 해도 돌아오는 건 수고의 뜻으로 받은 특산품이 전부다. 그래도 그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함께 무대에 올라 사준의 자작곡인 ‘인형눈깔’을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하지만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15년 동안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난 가게 주인이자 강인의 이모 인희(송인경)는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온 강인을 뒤흔든다. 이미 청춘의 아픔을 경험한 인희는 강인에게 더 이상 상처 받지 말라며 음악을 관두라고 한다. 하지만 강인은 이런 인희의 말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여기에 음반 작업을 하게 된 지오와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없는 사준의 대립, 지오를 좋아하는 여고생 정은의 불안정한 심리, 인희에게 관심을 보이는 정완의 이야기가 극 곳곳에 배치돼 여러 가지 모양의 청춘을 보여준다.



이들의 외침은 거창하지 않다. 일상 속 대화의 부재로 인해 생기는 오해로 아파하고, 그 오해를 풀기 위해 눈치를 본다. 생각보다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상처를 입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두려움은 없다. 지금 당장은 아파도, 뒤 돌아보면 이 또한 스스로를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위안 주는 청춘들의 노래와 연기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낮은 무대 덕에 꼭 낡은 레코드 가게에 있는 느낌이다. 공연 시작 전부터 들려오는 음악 소리는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콘서트 드라마답게 배우들은 연기를 하며 각자가 맡은 파트를 라이브로 연주한다. 극에 등장하는 노래들은 오준영 음악감독이 작곡한 것들로, 잔잔한 느낌도 있지만 대체로 밴드의 특성을 살려 흥겹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게만 느껴지던 배우들의 연기도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러워진다.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현실감이 돋보인다. 이것이 ‘청춘밴드’를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는 매력 중 하나다.



굉장히 크고 찡한 감동을 바라고 공연장을 찾는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설익음이 점점 여물어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이 된다. 나와 비슷한 보폭으로 걸어가고 있는 그들은 어디서든 도전할 것이며, 그래서 행복할테니. 



박진영 기자 neat24@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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