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나가수', 막장은 드라마만 있는 게 아니었다

기사입력 2011-12-13 10: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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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유진모의 테마토크]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힘든 시절 강원도 일대에는 탄광촌이 많았다. 산을 파들어가서 석탄 등 광물을 캐는 작업은 노동강도도 육체노동 중 최고지만 생명의 위협이 큰데다 건강상 후유증이 만만치 않아 가장 힘든 직업 혹은 여러가지를 전전하다가 거의 마지막에 선택하는 직업 등으로 인식됐었다.



광산, 특히 석탄광산 등에서 제일 안쪽에 있는 끝부분을 막장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생막장이란 말까지 생겼다. 삶이 나락으로 떨어져 더이상 망가질 수 없을 만큼 처참해진 것을 인생막장이라고 하고 그런 사람을 막장이라고 불렀던 것.



요즘 언론에서 '막장 드라마'라는 말을 흔하게 쓴다. 작가 입장에서는 보다 더 자극적인 충격요법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끎으로써 시청률을 올리고 싶지만 다수의 일반적인 시각으로 납득하기 힘든 설정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바람에 이런 표현이 나오고 있는 것.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출생의 비밀부터 근친상간, 전 남편에 대한 비현실적인 복수극 등 부도덕의 끝이 어디인지 끝까지 찾아내겠다는듯 억지설정이 그 수위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런데 이 '막장'은 드라마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로부터 비난과 외면을 동시에 받고 있는 MBC TV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가 그렇다.



지난 11일 방송된 10차 경연 2라운드는 다수의 시청자들로부터 '도대체 이게 '나가수'였나'라는 실망을 던져줄 정도로 정체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MC 겸 경연자인 이소라와 윤도현의 하차후 고정MC로 투입된 윤종신은 줄곧 오프닝에서 'MC를 맡은 가수 윤종신입니다'라는 코멘트를 반복해왔다. 그가 굳이 '가수 윤종신'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그는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려왔지만 사실은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싱어 송라이터다. 자신의 레퍼터리도 훌륭했지만 동료가수들에게 만들어준 곡들도 뛰어난 뮤지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창력을 앞세우는 가수는 아니기에 '나가수'에서 경연할 스타일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래서 그런 복합적인 의미에서 '가수 윤종신'을 강조해온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표현이 많이 식상하다. 이제 그냥 'MC 윤종신'이라고 해도 최소한 청중평가단 자리에 앉아있는 이들은 그가 실력파 뮤지션이라는 것을 다 안다. 매번 토씨하나 변하지 않는 오프닝 코멘트는 그의 MC로서의 자질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가장 큰 문제는 적우와 박완규에 있었다. 장혜진 탈락 후 투입된 적우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일었지만 대세는 부정적인 쪽으로 흘러갔다. 그러자 제작진 측은 자문위원단 장기호의 입을 빌려 '이름이 잘 알려져있지 않은 실력파'라는 표현으로 여론을 잠재우려 했다.



하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 장기호의 페이스북이 그 증거였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은 오히려 이승철 등을 생각하고 섭외중이었으며 적우의 캐스팅에 자신의 생각이 없었고 그럴 자격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런 해명이 나오기 전 11일 방송에서 적우는 7위를 했다. 자문위원단도 혹평했고 청중평가단도 최하위 점수를 준데서 드러났듯 그는 가창력 여부를 떠나 '나가수'에 그동안 출연한 가수들의 프로페셔널리즘과는 동떨어진 '야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렇다고 장기호가 비난에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 애초에 적우가 출연한다고 해서 비난이 일었을 때 이런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어야지 적우의 실력이 백일하에 드러나자 '나만 살겠다'는 식의 변명을 해대는 모습은 자문위원단의 수장으로서 매번 순위를 발표하던 근엄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제작진은 무명의 실력파를 발굴해내지도, 유명한 고수를 힘들여 모시지도 못하는 스스로의 한계만 드러냈다.



제작진의 막장 연출은 박완규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그동안 새로 투입되는 가수를 철저하게 숨겨오던 스타일을 완전하게 바꿔서 이번에는 드러내놓고 박완규를 대기실로 불러내 프로그램 내내 인터뷰를 삽입시켰다.



백방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6일전 녹화라는 제작여건상 비밀이 새어나갈 수 밖에 없는 고충을 겪었던 제작진으로서는 오히려 드러내놓는 신선한 방법으로 분위기 쇄신을 노렸겠지만 문제는 박완규의 태도였다. 분명히 자신감과 자만감은 다르다. 시종일관 무림의 지존인듯 자만감이 넘치다못해 브라운관밖으로 터져나올 것만 같았던 박완규의 태도는 그동안 지나치게 경연동료들을 배려하고 선배들에게 고개숙였던 기존 출연자들의 일부 가식적인 겸손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는 상당히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박완규는 기존 출연자에 비해 지명도가 다소 떨어지는 핸디캡을 비호감 캐릭터 설정으로 단숨에 극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가수'는 콘서트 무대나 언더그라운드가 아닌, 제도권 무대다. 파격도 제한이 있다.



방점은 이날 참담하게 탈락한 인순이가 찍었다. 이미 많은 시청자들과 전문가들은 기존 출연진들에 비해 '급'이 다른 인순이의 생뚱맞은 캐스팅에 고개를 갸우뚱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가수들은 틈만 나면 그녀에게 과할 정도의 경외감을 표시하며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지만 현실감을 주진 못했다. 전성시절 트로트 등 가요 위주로 불렀던 그녀는 어느새 '나가수'에서 소울 전문가수인 양 자신있게 리듬앤블루스를 구사했지만 이미 다수의 뛰어난 '블랙아이드소울' 가수를 접해온 대중의 귀를 쫑긋 세울 수 없었다.



예정된 수순대로 그녀는 탈락했다. 그러나 방송 시작 인터뷰부터 지난주 7위한 점을 내세워 시종일관 보여준 자신의 탈락을 예견하는 언어와 행동은 선배답지 못했다. 마치 탈락을 예견했다는듯 후배들의 대기실을 일일이 찾으며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은 겸손하기 보다는 왠지 어색해보였다. 만약 진심이었다면 자신의 모자람을 인정한 것이든.



인순이는 지금까지 '나가수'에 출연한 가수중 최고령이다. 유일한 트로트 가수 출신이다. 그녀가 자신의 탈락을 예상했다는듯 작별을 고하는 모습에서 선배다운 인격이 빛나기 보다는 일말의 연출이 엿보였다. 그것은 지난 세금과소납부로 논란이 일었을 때 무대위에서 '원래 나는 고개를 숙이는 가수가 아니다'라고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던 모습과 상치됐기 때문이다. 만약 그때 강호동처럼 '내탓이오'라는 짧은 코멘트로 자진하차했다면 오늘의 태도가-그녀의 의도가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곱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날은 '불후의 명곡'처럼 산울림의 작품으로 출연자들이 경연했다. 윤종신은 산울림을 국내 최고의 펑크락그룹으로 호칭했다. 산울림은 음악 스타일이나 외모로 볼 때 펑크락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그룹이다. 산울림은 데뷔 초기 라디오 인터뷰에서 텐이어즈애프터를 존경한다고 했지만 그들처럼 진보적인 프로그레시브락의 성향보다는 말랑말랑한 대중적 소프트락 성격이 더 강했던 그룹이다.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tvreport.co.kr 



사진='나는 가수다' 화면캡처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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