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인터뷰] '레토' 유태오, 15년 무명배우가 칸의 남자 되기까지 ①

기사입력 2018-05-16 08: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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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배우 유태오는 제71회 칸영화제 최고의 반전 중 하나다. 15년간 무명배우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던 그는 러시아 영화 '레토'로 당당히 칸 경쟁부문 레드카펫을 밟았다.



'레토'는 러시아의 전설이자 국민적 영웅으로 불리는 고려인 록 가수 빅토르 최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유태오는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빅토르 최 역으로 발탁됐다. 



"칸에 온 소감이 어떻냐고요? 15년 동안 무명 배우의 길을 걷다가 최고의 자리에서 주목받으니, 기분이 어떻겠어요. 정말 좋지 않겠어요?(웃음) 시차 적응이 안 돼 피곤하지만 그 피곤함도 좋고, 집중 받는 것도 좋고, 유쾌하고. 꿈같은 자리죠. 칸이라는 무대가 운동선수로 치면 올림픽이잖아요. 경쟁 부문이라는 건 결승선까지 왔다는 건데. 이게 뭐지? 싶어요."



유태오가 '레토'에 캐스팅된 과정도 영화 같다. 한국 독립영화 '하나안'을 인상 깊게 본 유태오가 박루슬란 감독에게 먼저 연락을 했고,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친한 영화계 동료로 지내왔다. 유태오는 박루슬란 감독으로부터 '레토' 오디션 소식을 접한 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셀카 사진을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에게 건넸다.





"박루슬란 감독이 '러시아의 박찬욱 감독'이 빅토르 최 영화를 만드는데, 20대 초반의 한국 배우 중 추천해줄 만한 사람이 있냐고 했어요. 제가 캐스팅될 일은 없을 것 같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 사진을 보냈는데, 일주일 뒤 영상을 보내달라고 답이 왔어요. 러시아 느낌이 나는 집 주차장에서 기타 치는 영상을 보냈고 또다시 일주일 뒤, 러시아 모스크바로 오라는 얘길 들었죠. 어쩌면 붙을 수도 있겠단 기대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러시아로 건너간 유태오는 4시간의 오디션 끝에 빅토르 최 역에 최종 낙점됐다. 하지만 고생길은 이제 시작이었다. 3주 안에 러시아어 대사와 연주, 노래를 마스터해야 했다.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었다.



"러시아어를 전혀 몰랐어요. 3주 동안 시간 경영을 제대로 해야겠다 싶었죠. 시나리오를 장면으로 쪼개서, 장면을 문장으로 쪼개고, 문장을 다시 단어로 쪼개고, 단어를 소리로 쪼개서 외웠어요. 그 소리가 입에 붙을 때까지 호텔방에 앉아 외우고 또 외웠죠. 러시아어 공부, 레슨, 음악. 운동, 몸 관리, 리허설까지. 정말 힘들었어요."



기적에 가까운 연습 끝에 유태오는 빅토르 최의 순수한 영혼에 완벽히 빙의했다. '레토'는 카이에 뒤 시네마, 르 파리지엥 등 프랑스 유력 매체로부터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로 지목되며 현지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2009년 영화 '여배우들'에서 고현정의 남자 에밀로 짧지만 심상치 않은 존재감을 남겼던 유태오는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크고 작은 역할로 필모그래피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던 것이 사실. 대중에게 유태오는 생소했고, 유태오에게도 긴 무명시절은 결코 쉽지 않았다.



"원래 농구선수였는데 부상을 당하면서 쉬는 동안 잠시 다른 공부를 해보고 싶었고, 그게 연기였어요. 뉴욕에서 연기학교를 다녔는데 재능 있단 얘길 듣곤 했어요. 운동선수가 코트 위에서 기립 박수 받는 마음과 배우가 무대 위에서 박수  받는 심리는 비슷해요. 다른 게 있다면 배우는 더 많은 표현을 한다는 점이죠.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이 연기라는 걸 알게 됐죠. 연기가 나를 찾아온 셈이에요. 연기를 하면 행복할 것 같았죠. 물론 무명이 길어지며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단 생각은 해봤지만, 연기를 포기하겠단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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